[더스탁=김효진 기자] 올해 IPO시장은 훈훈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비록 코스피 상장기업은 없고 중소형주 일색인 반쪽짜리 성장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1분기 신규 상장기업들이 모두 공모가를 웃돌면서 크게 약진했다. 이어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4월에도 수요예측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로 온기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수요예측이 완료됐거나 일정이 예정된 기업은 7곳이다. 이는 최근 몇년간과 비교하면 매우 견조한 수치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IPO시장의 조정세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아울러 2~3월 청구서접수와 심사승인 기업 추이도 평년보다 양호한 상태다. 이 같은 견조한 모습에는 코스닥 기술특례 비중확대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4월까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마쳤거나 진행 중인 기업 중 기술특례 비중은 39%로 수준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연간 기준으로는 50%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 흥국증권에 따르면 올해 4월에는 현재 7곳의 IPO 수요예측이 진행됐거나 예정돼 있다. 마이크로투나노와 토마토시스템은 수요예측을 마쳤고, 나라셀라, 에스바이오메딕스, 큐라티스, 진영, 트루엔 등은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과거 4월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앞서 5년간 수요예측 평균치는 1.8곳에 그친다. IPO시장의 역대급 활황기로 분류되는 지난 2021년 6곳을 제외하면 평균치는 1곳에도 못미친다. 이와 비교하면 올해 4월에는 비수기라 하기에는 적지않은 수요예측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IPO시장은 상저하고의 패턴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시기적으로는 하반기인 11월과 7월이 수요예측이 집중되는 성수기로 꼽힌다. 이에 반해 매년 3~5월은 비수기로 분류된다. 이 같은 상저하고는 국내 대부분 기업들의 결산월이 12월말에 집중된 결과로 판단된다는 것이 흥국증권의 분석이다.
이는 매년 3월 감사보고서 확정 이후 4월에 신규상장을 위한 청구서접수 기업이 급증하는 현상과도 흐름을 같이 한다. 그런데 올해는 2~3월 청구서접수와 심사승인 기업도 평년보다 양호한 상태다. 코스피 상장 예정기업이 현재 없고 시장이 전반적으로 반등하지 못한 상태에서 코스닥 중소형주들이 이를 메꿔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스닥이 양호한 체력을 보이는 것은 ‘코스닥 특례상장’의 비중 확대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기업의 경영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일반기업의 수익성/매출액 상장요건을 제외하고, 일반기업의 이익미실현 요건과 기술특례, 사업모델특례, 성장성 추천 등은 모두 특례상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기술특례 상장 이후 더해진 다양한 특례 상장 요건을 활용한 신규상장이 2018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다양한 상장 요건에 기반한 특례 상장은 현재 증가 속도가 꽤 빠른 상황이다. 기술성장기업 특례가 도입된 2005년 이후 2014년까지 연간 2~3개의 기업이 상장을 이어오다가 2015~2017년 연간 10개 전후의 코스닥 특례 상장 기업 수를 기록하고, 2018~2021년 20~40개로 확대됐다. 2022년은 연간 30개, 비중 46%를 기록해 코스닥 상장 기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었고, 올해 역시 4월 현재까지 39%의 비중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신고서를 기준으로 올해 4월 현재까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완료했거나 상장을 진행 중인 기업은 약 28곳이다. 이 중 17개 기업은 일반 상장이고 11개 기업은 특례 상장으로 그 비중이 이미 39%를 기록 중이다. 아울러 현재 청구서를 접수한 기업 35곳 중 17곳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기업들이기 때문에 올해 코스닥 시장 특례상장 비중은 50%에 근접할 것이라는 게 최 연구원의 전망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국내 시장 만의 특징은 아니다. 미국 증시 역시 성장성이나 시장평가에 기댄 기업들의 상장이 2000년 닷컴버블 시기만큼 급증하고 있는 양상이다.
최 연구원은 “다양한 상장 요건에 기반한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기술 기반 기업의 상장 확대는 수익 구조가 본격화되지 않은 기업에 시장의 공모 자금이 더욱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순기능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증시와 우리 증시는 상장 제도 등에서 차이점이 많지만, 기술 및 기업의 성장성과 시장 평가에 의존한 기업들의 신규 상장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은 주목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