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년여간 국민 재테크로 불렸던 IPO 공모시장이 2022년에는 급격한 유동성 긴축 속에 직격탄을 맞았다. IPO시장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한파’ ‘빙하기’ ‘냉각’ 등등 온통 잿빛투성이고, 투자자들의 시선도 차갑기만 하다. 하지만 겨울에도 꽃이 피듯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 공모기업들이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공모 수익률 100% 이상을 기록한 기업들을 되짚어보고 IPO 이후의 사업현황도 살펴봤다.
아셈스 친환경 필름 제품. 사진=아셈스
[더스탁=김효진 기자] 지난해 상반기 IPO시장은 특히 알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2월 코스닥에 입성한 친환경 접착소재 업체 아셈스 (KQ:136410)도 그 중 하나다.
2019년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정부가 소부장 육성에 팔을 걷어 부쳤던데다, 기술경쟁력과 실적 모멘텀을 갖춘 소부장 업체들이 IPO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관심이 쏟아졌다. 여기에 아셈스의 경우 기업들이 주요 에쿼티스토리로 내놓는 ESG경영과도 부합하는 사업모델을 갖추고 있어 매력도를 한층 높였다.
연초 IPO시장의 기상도도 맑았다. 지난해에는 아셈스에 앞서 6곳이 공모를 진행했는데, 그 중 5곳이 희망밴드 최상단 이상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뒤이어 아셈스도 흥행대열에 동참했다. 아셈스는 지난해 1월 17~18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기관투자자 1713곳이 참여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1618대 1을 기록한 결과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 가격인 8,000원으로 확정했다. 참여 기관의 86% 이상이 9000원 이상을 제시했으나 공모가를 더 높이지 않고 희망범위 내에서 결정했다. 이후 일반 청약열기는 더 뜨거웠다. 경쟁률이 2435대 1까지 치솟았다.
상장 첫날 수익률도 높았다. 시초가에 ‘따’(시초가를 공모가격의 2배)를 기록하면서 공모 수익률 100%를 달성했고, 장 중 2만원까지 주가가 치솟으면서 공모수익률 150%를 기록했다. 다만 당일 주가가 하락하면서 종가 기준으로는 공모수익률이 69% 수준에 그쳤다. 아울러 이후 주가 또한 첫날 장 중 고점을 뚫지 못하고 1만원을 저점으로 1년여간 박스권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증시침체로 상당수 IPO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가운데 아셈스의 경우 단 한 번도 공모가를 하향 이탈하지 않았다는 점은 눈 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여기에는 실적개선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셈스는 지난 2021년 매출액 420억원에 영업이익 61억원을 거둬 전년대비 각각 23.5%와 27% 성장했다. 지난해에도 실적개선 기조는 이어졌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26.2% 성장한 531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42.2% 확대된 8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확대와 함께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 2019년 13.5%였던 영업이익률은 이듬해 14.1%로 올랐고 지난 2021년 14.5%를 거쳐 지난해 16.4%까지 상승했다.
올해도 실적이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아셈스가 매출액 632억원에 영업이익 117억원을 낼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액은 18.8%, 영업이익은 36.5% 증가한 수치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고객사 재고조정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하반기 주문 정상화를 예상한다. 차량용 썬루프 매출은 거래처의 고객사 내 점유율 상승에 따라 순증할 것으로 보이고, 글리터 시트 부문은 상반기 양산을 시작으로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높여 하반기에는 풀캐파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지난해 3분기 급상승한 TPU 수지 가격이 하락 안정화되면서 마진율이 2.4%p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설립된 아셈스는 친환경 접착 소재를 개발 및 제품화하는 회사다. 접착필름, 자동차용 기능성 원단, 기능성 접착 코팅사, 라미네이션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요 전방시장은 신발 분야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에 제품이 납품되고 있다. 자동차 소재의 경우 현대기아차가 최전방 고객사다. 사업부문별 매출비중은 친환경소재가 70% 안팎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자동차용 기능성 원단과 기타 가공 및 설비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아셈스는 무이형지 타입의 핫멜트 접착 필름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무이형지 핫멜트 접착필름은 유기용제 및 이형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원가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높다. 환경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이키에서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아셈스는 자체 연구한 친환경 원료화합물을 이용해 접착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공정과정을 구현해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를 실현하고 있다. 친환경 접착 소재 관련 원스톱 토털 솔루션을 구축해 글로벌 기업들의 ESG 친환경 경영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R&D에도 힘을 주고 있다. 친환경소재, 기능성 코팅사, 자동차용 원단, 무수염색 등 소재가공에서 설비까지 전 프로세스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역량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내외 특허는 114건에 달한다.
덕분에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도 다수 달고 있다. 무이형지 필름타입의 접착소재를 비롯해 자체개발한 U-web과 AURORA 프린팅기술, 무수염색사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아셈스가 처음 개발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U-web은 통기성과 유연성이 확보된 접착 원단이며, AURORA 프린팅기술은 2D, 3D 모두 적용할 수 있고 낮은 온도에서 작업이 가능해 선명하고 깨끗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무수염색사는 폐수 발생이 일어나지 않는 염색기술로 기조 염색사의 이염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글로벌 고객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기지도 현지화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메이저 브랜드사의 생산공장이 주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위치하고 있어 아셈스도 현지에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아셈스는 향후 주요 성장전략으로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글로벌 시장 확장을 설정했다. 친환경소재, 기능성코팅사, 자동차용 원단 등 기존 친환경 사업의 안정적인 기반 아래 신규 제품으로 글리트 시트, U-web, AURORA 프린팅, 무수염색사, 자동차용 헤드라이너 등을 개발 중이다. 대부분 상용화 및 양산단계에 있다.
이 중 가장 진척이 빠른 포트폴리오는 글리터 시트로, 글로벌 기업과 제품 상용화 논의 및 실사를 마친 후 상반기 내로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글리터 시트는 옷 위에 열을 가해 장식을 붙이는 열전사 필름이다.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소재이지만 공정이 까다롭고 품질이슈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품목이기도 하다. 회사는 글리터 파우더의 물성제어, 액상 접착제 회사와의 품질 피드백 및 공동개발, 수성접착제 개발 등 품질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또 아셈스는 공모자금을 활용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법인 등의 생산능력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총 생산능력은 지난 2021년 563억원에서 2023년 9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브라질과 미국 및 유럽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