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비테크 주가추이. 사진=구글 파이낸스.
[더스탁=김태영 기자] 글로벌 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브랜드에센스 마켓 리서치 앤 컨설팅은 서비스 로봇 시장이 2021년 352억4,000만 달러(약 44조원)에서 2027년에는 1,409억4,000만 달러(약 177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로봇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수어(手語) 로봇인 ‘가이드봇’을 포함해 5종의 로봇 라인업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로봇 사업 본격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올해 안에 첫 번째 로봇 제품을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코스닥에 상장한 새내기 로봇 관련 기업 에스비비테크(389500)는 '로봇 관절'용 하모니 제조기업인데, 최근 주가 상승이 주목해 볼 만하다. 공모가 1만2400원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이 회사의 최근 주가는 4만원에 육박해 상장 4개월여 만에 공모 투자 수익률 100%를 훌쩍 넘겼다.
감속기는 모터 속도를 제어해 로봇의 힘을 조절하는 부품이다. 특히, 하모닉 드라이브 감속기는 미국에서 발명된 하모닉(Harmonics) 감속기의 효율 제고를 위해 일본의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TYO. 6324)가 치형 변형을 통해 가볍고 감속비가 높으며 구조가 심플한 감속기를 개발했다. IBK투자증권 김태현 연구원은 "1970년대 설립돼 1998년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가 소형 로봇과 협동로봇용 하모닉 감속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73%로 세계1위"라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 양승윤 연구원은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가 압도적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7년과 2021년 로봇가 급증하면서 적절한 수요 대응 미비로 아성에 금이이 가고 있다"며 관련 시장 재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 로봇 원가의 34%를 차지하는 하모닉 감속기 = 에스비비테크는 로봇감속기 전문기업이다. 하모닉 감속기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기 때문에 로봇 구동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하모닉 감속기는 로봇 원가의 약 34%를 차지하며 로봇 이외에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료, 방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에스비비테크의 하모닉 감속기. 회사측 사진제공
에스비비테크는 하모닉감속기 뿐만 아니라 감속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감속기 사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기존제품인 볼과 베어링, 하모닉 감속기 뿐만 아니라 구동모터제어시스템, 감속기 모듈, RV 감속기, 정밀 감속기 고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양승윤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에서 주로 사용되는 감속기는 하모닉 드라이브와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다. 하모닉 드라 이브는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작아 소형 로봇에 적합하며,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는 구조상 외형이 크지만 강성과 내충격성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어 무거운 무게를 다루는 중대형 산업용 로봇에서 주로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전통 산업용 로봇(6 축 수직다관절 로봇)에서 하모닉 드라이브 3 개, 사이클로이드 감속 기 3 개가 혼용돼 사용되고 있으며, 로봇의 크기가 커질수록 사이클로이드 감속기 비중이 커지지만, 반대로 로봇이 작아질수록 하모닉 감속기가 많이 쓰이게 된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소형화 흐름이 거세다. 이런 추세 속에서 소형 정밀 감속기인 하모닉 드라이브 활용 비중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며 하모닉 드라이브의 성장성과 매력도가 사이클로이드 감속기 보다 높다. 유진투자증권 이 연구원은 "협동 로봇 시장 확대만 고려하더라도 2020 년 기준 다관절 로봇에서 활용되는 하모닉 드라이브의 평균 사용량은 3.2개에서 2030년까지 4.2개 수준까지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로봇용 하모닉 드라이브 시장 규모는 로봇 소형화 추세에 따라 2020 년 기준 100 만대, 0.5 조원에서 2030 년 293 만대, 1.3 조원 규모로 가파른 성장이 기대된다.
감속기 시장규모. 사진=유진투자증권
# 하모닉 감속기 국산화 첫 사례 = 에스비비테크는 2013년 하모닉 감속기 ‘로보 드라이브(ROBO Drive)’를 개발, 하모닉 감속기 첫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국내 대기업 수주를 시작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회사는 공장 반자동화 도입과 핵심부품 자체 생산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또한 단납기 시스템을 구축해 12~16주 정도로 빠르게 납기할 수 있으며, 같은 가격과 납기 기간에 커스터마이징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에스비비테크는 하모닉 감속기와 용접로봇, 4족 보행로봇 등의 로봇 업계 뿐만 아니라 무인사격장비와 대용량무선전송장치 등의 방산업계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측은 레퍼런스 확대를 위해 위해 모빌리티 로봇과 웨어러블 로봇의 구동 모듈 포준폼, 협동로봇 하모닉 타입 감속기를 개발 중에 있다. 또한 무인사격장비를 경량화하는 등 새로운 방산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 국내 최대 로봇 감속기 생산 CAPA 확보 ... 일본산 감속기 대체 급물살 = 올해 1월 감속기 수요 대응을 위해 생산규모 확대를 완료했다. 현재 감속기 생산 CAPA는 기존 1.2만대에서 5.2만대로 크게 늘어 국내 로봇용 정밀 감속기 생산 기업중 최대규모다. 양산규모 확대는 수주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요 협동 로봇 기업과 정밀 감속기 양산이 논의중에 있고 국내외 기업 등과 FPD 이송 로봇에 사용되는 일본산 감속기를 대체하기 위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완성차의 감속기 적용 테스트 역시 진행중에 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최재호 연구원은 "FPD 이송 로봇을 7000여대 가량 운용하는 국내 기업과 대체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순차적인 감속기 교체가 시작된다면 향후 에스비비테크는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최 연구원은 "미국 등 주요 국가에 상표등록이 완료된 해외 기업과 웨어러블 로봇용 감속기 테스트가 진행중인데, 웨어러블 로봇은 기존 로봇 보다 더 많은 규모의 감속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양산과 감속기 매출의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올해 흑자전환 원년 기대 = 에스비비테크는 최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개별 기준 지난해 매출은 7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10% 성장했고 영업손실은 17% 가량 줄어든 -18억원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월 에스비비테크에 대해 2022년 연결기준 매출 109억원에 1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 최재호 연구원은 “2021년에서 2025년 감속기 생산능력이 1만대 수준에서 20만대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감속기 테스트가 2023년부터 본격 공급되면 2023년은 에스비비테크의 흑자전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에스비비테크의 2023년 매출은 135억원(+80.7% YoY)에 3억원 가량의 소폭의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