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픽사베이
[더스탁=김동진 기자]국내에서 최근 유전자 가위 개발 스타트업이나 대학 연구팀이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체의 특정 DNA를 효소를 활용해 정확히 찾아 잘라낼 수 있는 교정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암 환자의 유전자를 잘라내 암세포에 대한 면역 능력을 높이거나, 선천성 질병이 담긴 유전자들을 교정할 수 있다. 또한 동물과 식물의 품종 개량에도 활용될 수 있다.
유전자 가위는 1세대 징크핑거뉴클레이즈(ZFN)와 2세대 탈렌(TALEN)을 거쳐, 3세대 '크리스퍼 카스9(CRISPR CAS9)'으로 발전했으며, 최근에는 이를 더욱 개선하기위한 기술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0월 4세대 유전자기술인 '프라임 에디터'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프라임메디슨'이 기업가치 18억달러를 인정받으며 나스닥에 상장된 바 있다. 미국 기술시장조사업체 '이머젠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유전자 가위 시장 규모는 2020년 14억 4600만 달러에서 연평균 20.4%씩 성장해, 오는 2028년에는 62억2100만 달러(8조609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창업기업 '진코어(대표 김용삼)'는 이날 스틱벤처스와 키움인베스트먼트, 아주아이비투자, 클레어보이언트벤처스, 더웰스인베스트먼트, 에스제이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71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2019년 설립된 진코어는 시드투자로 36억원을 받은 바 있어 이번 투자유치로 누적 투자유치액만 207억원을 기록하게 됐다. 진코어는 스타트업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자체 개발한 유전자 가위 기술의 우수성과 향후 성장성 등을 인정받아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진코어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교정연구센터 센터장 출신인 김용삼 박사가 세운 스타트업으로 현재 독자적인 초소형 유전자가위기술을 통하여 유전자치료제 및 고부가가치 종자인 대마의 신품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를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위해선 문제가 있는 특정 부위에 유전자 가위를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크리스퍼 카스9은 'AAV(아데노부속바이러스)'라는 RNA를 사용하고 있는데, AAV가 전달할 수 있는 유전자 크기는 4.7kb로 제한되어 있어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진코어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훨씬 작은 유전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초소형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기존에 가능했던 간 뿐만 아니라 뇌와 근육, 심장, 폐 등의 조직에도 유전자 가위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진코어는 최근 세계적 저널인 '네이처 바이오테크톨로지'(Nature Biotechnology, IF 68.164) 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 IF 16.174)에 논문을 발표해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진코어 관계자는 "바이오. 제약 분야와 같은 연구개발기업은 적기의 투자가 회사의 존폐를 결정한다. 향후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이번 투자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최근 국내외 기업들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적극적으로 개발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박현호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연구팀이 박테리아의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이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고 회복하는 원리를 규명해 이를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애시즈 리처시'에 최근 발표했다.
박 교수팀은 박테리아가 가진 특정 단백질(Aca 단백질)이 바이러스의 항(抗)크리스퍼 단백질 기능을 떨어뜨리고 이를 통해 박테리아의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킨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Aca 단백질이 어떻게 이런 역할을 하는지도 3차원 분자 구조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박 교수팀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한층 더 깊게 규명함으로써 향후 다양한 유전자 치료 연구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는 "인간 유전자 치료 기술로 주목받는 크리스퍼-카스의 정교한 조절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