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전자책 플랫폼 기업으로 첫 상장에 도전했던 밀리의서재(대표이사 서영택)가 상장을 철회했다. 수요예측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점과 KT그룹과 시너지 등은 긍정적 모멘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시장의 유동성이 경색된 가운데 플랫폼 기업에 대한 악화된 투자심리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밀리의서재는 이날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11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청약 등 잔여일정도 취소됐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최근 거시경제의 불확실성과 금리인상 등으로 위축된 기업공개(IPO) 시장 상황이 플랫폼 기업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밀리의서재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밀리의서재는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코스닥 상장을 위해 200만주 공모를 추진했던 밀리의 서재는 앞서 지난 4일과 7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2만1500~2만5000원이고, 공모예정 금액은 430억~500억원 규모다. 상장 시가총액은 1,771억~2,047억원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를 밑도는 가격에 기관투자자들의 주문이 쏠린 것으로 전해졌다.
올 들어 금리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현금의 가치는 뛰는데 플랫폼 기업의 경우 미래 성장을 담보로 하고 있어 시장의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은 탓이다. 앞서 IPO출사표를 던졌던 원스토어는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을 철회했고, 이어 코스피 상장에 도전한 쏘카는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면서 유니콘 지위를 내려놓고서야 가까스로 상장에 성공했다. 또 상장 이후 주가흐름도 좋지 못했다.
이후 4분기에는 국내 최대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가 증시입성에 도전장을 냈다. 다만 밀리의서재의 경우 지난해까지 큰 폭의 적자를 시현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30억원 수준의 영업 흑자를 기록해 실적면에서는 원스토어나 쏘카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아울러 구독자 확대나 오리지날 콘텐츠 사업 강화 등에 모그룹인 KT와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미 연준을 위시한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탓에 투심은 전혀 회복되지 못했다. 성장주에 대한 평가가 박한 분위기에 고평가 논란에도 휩싸였다. 밀리의서재는 이번 공모가 책정에 2023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동원했는데, 도서시장의 성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볼때 목표실적에 의무부호를 다는 투자자들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밀리의서재가 제시한 202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41억원과 128억원으로 올해 예상 실적 대비 각각 53.7%와 212% 확대된 수치다. 2023년 추정 당기순이익은 130억원이다.
한편 밀리의서재는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지속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서영택 밀리의서재 대표는 “먼저 밀리의서재에 관심 가져 주신 기관투자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이번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대다수 기관투자자로부터 밀리의서재 펀더멘털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얻은 것 역시 큰 수확”이라며 “밀리의 서재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확보하고 핵심 경쟁력을 강화해 국내 유일무이의 독서 플랫폼 기업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