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차전지 도전재용 탄소나노튜브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제이오가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했다. 제이오는 탄소나노튜브의 성장성을 앞세워 1000억원대 공모에 도전했지만 원하는 밸류에 공모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올해 공모자금 1000억원대 이상 IPO기업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8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제이오는 이날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수요예측에서 대부분의 주문이 희망밴드 하단에 못미치는 가격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공모를 철회했고, 청약 등 잔여일정은 취소됐다.
회사측은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하였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대표주관회사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다만 제이오가 지난 9월 상장 예심을 통과해 공모일정 마무리 기한까지는 여유가 있는 만큼 IPO전략을 수정한 후 향후 상장일정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제이오는 지난 4일과 7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5000~1만8000원을 제시했으며 공모 예정금액은 1,230억~1475억원이다. 이에 따른 상장 시가총액은 4999억~5999억원. 총 공모주식 수 819만7100주 중 26.85%의 구주매출이 껴 있기는 했으나 회사가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것이어서 신주모집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제이오는 1994년 설립된 기업으로 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을 설립 초기부터 시작해 30여년간 영위하고 있으며,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 Tube, CNT) 시장에는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최근 2차전지 도전재용 수요증가를 토대로 매출을 내고 있다.
다만 최근 실적에서 부침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787억원에 3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327억원에 2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플랜트부문은 프로젝트 수주증가에 따른 외주공사비 증가 등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차전지 도전재 시장은 최근에서야 매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탓이다.
제이오는 이번에 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은 배제하고 최근 탄력을 받기 시작한 탄소나노튜브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하고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제시했다. 탄소나노튜브 사업에 그동안 R&D를 집중해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한 데다 향후 시장 성장세를 바탕으로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공모비용의 대부분을 탄소나노튜브 사업의 생산능력 확충에 사용할 계획인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공모가 책정에 탄소나노튜브 사업의 2025년 추정 EBITDA를 적용했지만 투심을 잡는데 실패했다.
그동안 2차전지 테마는 IPO시장의 흥행코드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앞서 공모에 나선 더블유씨피가 흥행에 실패하고,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탓에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아울러 금리 급등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마르면서 성장주에 대한 투심이 점점 냉각되고 있고, 기관투자자들도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유동성이 걷히면서 올해 IPO시장은 공모금액 1000억원 이상 기업들의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을 필두로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의 상장철회가 잇따라 발생했고, 더블유씨피와 수산인더스트리, 쏘카는 공모흥행에 실패해 가까스로 상장에 성공했다. 1000억원을 넘긴 딜 중 공모흥행에 성공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성일하이텍 두 곳에 불과하다. 최근 IPO시장은 몸값이 작아 상대적으로 수급부담이 적은 중소형주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