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개미 투자자들을 울리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이른바 '쪼개기 상장' 관련 투자자 보호대책을 내놨다. 앞으로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이를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 아울러 물적분할 추진시 기업의 공시 책임도 강화된다. 거래소는 일반주주 보호대책 등을 상장심사에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지난 4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구성이 그대로 이어지는 인적분할과 달리, 회사를 분할할 때 신설회사의 주식을 기존 회사가 100% 소유하는 방식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대주주의 지배력을 지키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일반 주주들은 신설회사의 주식을 배분 받지 못해 분할되는 사업에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특히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평가되는 유망사업부를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리할 경우 개미투자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올해 초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다. 2차전지 제조사업을 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0년말 LG화학에서 물적 분할됐다. 당시 물적분할에 대해 LG화학 (KS:051910) 개미 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컸지만 결국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분할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후 모기업인 LG화학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타면서 LG화학 주주들은 예상대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물적분할 후 상장방식은 모자(母子)기업 이중상장 구조로 인해 모회사의 주식가치가 결국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LG화학 뿐만 아니라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분할한 SK이노베이션, SK바이오사이언스를 분할한 SK케미칼 등 모두 같은 전철을 밟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개미투자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물적분할 기업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상장기업의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이번 제도가 시행되면 물적분할을 의결하는 주주총회에서 반대의사를 표한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다수 일반주주가 반대하고 기업가치(주가) 하락을 초래하는 물적분할의 경우에는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루어질 수 있고, 이에 따라 물적분할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고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물적분할 추진 기업의 공시책임도 강화된다. 앞으로 물적분할 추진시 이사회 의결 후 3일 안에 물적분할의 구체적인 목적과 기대효과, 주주보호방안을 충실히 공시해야 한다. 특히 분할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 예상 일정 등도 알려야 한다.
아울러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에는 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노력을 심사하고, 관련 대책이 미흡할 때는 상장을 제한하기로 했다.
금융위 측은 “이번 제도 개선 이전에 물적분할을 이미 완료했어도 기업 분할 후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이번에 강화된 상장심사 제도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과정에서도 앞서 공시한 주주보호방안 등의 이행여부, 상장과정에서 발생한 주주보호 이슈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노력 등을 종합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도 개선은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쪼개기 상장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 기존 주주에게 신규 회사의 주식을 우선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은 제외돼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편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은 오늘부터 입법예고를 실시해 연내 제도 개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기업공시서식과 거래소 상장기준 개정은 올해 10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