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픽사베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세계 각국이 전기차 보급 정책에 박차를 가하면서 지난 2020년 1700만대에 불과했던 글로벌 전기차 보급량은 오는 2030년경에는 2억1000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전기차 시장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전기차의 핵심장치인 배터리 수요의 폭증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니켈과 코발트, 리튬 등의 배터리 핵심 원자재 부족과 가격 상승, 그리고 전 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 확산 등의 영향으로 배터리 신제품으로만 이같은 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 번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배터리 순환 경제'가 확산할 수 밖에 없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의 소재 가격 비중은 60~70%이며, 전기차 내에서 배터리의 원가 비중도 59%로 높은 편이다"며 "전기차의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이는 소재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배터리 재활용이 필수적"이라고 더스탁에 밝혔다.
삼정KPMG가 지난 3월 발간한 '배터리 순환경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과 기업의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규모는 오는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40년에는 573억 달러(약 7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시장 전망 때문에 국내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인 '성일하이텍(대표 이강명)'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지난 11~12일 실시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2269.71대 1를 기록하며 공모가를 5만원으로 확정했다. 또다른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새빗켐(대표 박민규)'도 다음달 중 코스닥IPO에 도전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코스닥에 폐배터리 테마주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코스닥 상장 단계가 아닌 아직 초기 단계의 폐배터리 기술 관련 스타트업들도 벤처투자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튬메달 음극소재 제조 업체인 '니바코퍼레이션(대표 백창근)'은 지난 11일 '코오롱인더스터리(대표 장희구)'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투자로 코오롱인더스터리는 니바코퍼레이션의 2대 주주로 등극했다.
2016년 설립된 니바코퍼레이션은 폐리튬 재활용 및 불순물 제거 기술과 독자적인 박막화 기술을 바탕으로 고순도 리튬메탈 잉곳(금속덩이)·분말 및 호일을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리튬메탈은 기존의 흑연·실리콘 음극재를 대체하는 소재다. 음극재 소재로 리튬메탈을 사용할 경우 흑연·실리콘 대비 10배 이상 에너지 밀도를 향상할 수 있으며, 1/4 수준으로 경량화가 가능해 차세대 이차전지 핵심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 시장은 연간 4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83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은 "이번 투자는 전기차 수요 증가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계 전반에서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지속 늘고 있어 차세대 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차전지 외에도 차세대 미래 먹거리 관련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더스탁에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포엔(대표 최성진)'은 지난해 7월 73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것을 토대로 연구개발과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엔은 전기차의 배터리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업사이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다. 포엔은 전기차 배터리를 분해·보수·재조립 등의 공정을 통해 원래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로 업사이클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실제 배터리 교체에 발생하는 비용이 60~70% 대폭 줄어들게 된다.
'에너비(대표 반기종·정성훈)'도 최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관련 핵심기술인 배터리 급속 대용량 방전장치를 개발했다. 배터리 재활용을 위해서는 폐배터리의 전처리 공정으로 완전 방전이 필수적이다. 에너비는 이를 기존의 습식방전이나 회생방전보다 안정성이 높고 환경오염이 적은 신기술인 전기분해공법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솔라라이트(대표 김월영)'도 습식방전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다단건식방전(MDD)'을 자체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