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세기 들어 오피오이드 사망자 수가 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미국인 수(약 50만명)와 비슷하다”며 “오피오이드와의 전쟁을 위해 18억 달러(한화 약 2조1500억 원)를 추가로 투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피오이드는 양귀비의 덜 익은 꼬투리에서 유액을 말려 채취되는 마약의 일종인 아편(opium)에서 유래된된 것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통틀어 일컫는다. 오피오이드는 뇌에서 보내는 통증 신호를 차단해 고통을 못 느끼게 하는 성분으로, 모르핀, 헤로인, 펜타닐 등이 있다. 이 같은 마약성 진통제는 말기 암 환자나 만성 신경통, 대상포진 후유증 환자 등에게 처방되고 있으나, 극심한 중독성으로 미국에서 매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 사일렉스, 'NO 오피오이드' 우린 진통제 회사 ... 모기업은 코로나19 백신 개발한 '소레토 테라퓨틱스' = 지난해 미국에 약 4000개의 지자체가 오피오이드 피해자들을 대신해 제약업체 존슨앤드존슨과 의약품 유통업체 카디널 헬스, 매케슨, 아메리소스버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최대 260억달러(약 29조9000억원) 금액으로 합의가 됐다. 존슨앤드존슨이 오피오이드 마케팅 과정에서 중독성은 축소, 은폐하고 의사들에게 작은 통증에도 이 약을 처방하도록 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매케슨 등 오피오이드 유통업체들은 오피오이드가 불법적 마약 유통경로로 흘러가는 것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지난 17일 오피오이드가 없는 비마약성 진통제를 개발하는 의료기업 '사일렉스 홀딩 컴퍼니(Scilex Holding Company)'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스팩 '비커스밴티지(Vickers Vantage Corp, NASDAQ: AKAN)'와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합병절차는 올해 3분기에 완료될 예정이며, 이후 사일렉스는 나스닥에 상장돼 'SCLX'라는 티커로 거래된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사일렉스는 최대 1억 4,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게 됐고 확보된 투자금은 비마약성 진통제(SP-102)와 또 다른 비마약성 진통제 파이프라인 개발에 사용될 예정이다. 사일렉스의 모기업은 암, 난치성 통증 및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 소렌토 테라퓨틱스다. 지난 20일 소렌토가 개발한 mRNA 코로나19 백신이 스텔스 오미크론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돼 주목을 받았다. 소렌토의 CEO 헨리 지(Henry Ji)는 사일렉스의 CEO를 겸임하고 있다.
비마약성 신경통 치료제(SP-102).
회사측 사진제공
# 주요제품은 리도카인 패치 '지틀리도(Ztlido)'... 비마약성 신경통 치료제(SP-102) 임상3상 끝내고 상용화 임박 = 사일렉스의 주요 제품은 대상포진 후유증 치료에 사용되는 리도카인 패치 '지틀리도(Ztlido)'다. 회사 측은 더스탁에 "기존 리도카인 패치의 경우 50%의 환자가 12시간 치료 동안 3번 이상 패치가 분리된다고 응답했다. 피부에 접착시키는 패치의 특성상 신체활동에 따라 접착력이 약해져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접착이 계속되면 다량의 패치를 탈부착하는 과정에서 리도카인이 과다투여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밝혔다.
반면 사일렉스의 제품 지틀리도는 고급 패치기술을 통해, 단일 레이어를 얇게 유지하면서 더 작은 크기로 자를 수 있고 인체의 윤곽에 유연하게 부착된다. 개선된 피부접착력으로 지틀리도는 기존 제품 대비 약 20배 적은 약물로도 동일한 리도카인 용량을 전달하며, 12시간 동안 90% 이상의 환자에게서 90% 이상의 접착력을 보였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특히, 회사 측은 "건설 근로자와 같이 생업을 위해 신체활동을 계속해야 하는 환자와 70세 이상 고령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현대적인 치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일렉스의 후속 제품인 요추 방사통, 좌골 신경통 치료제(SP-102)는 임상3상을 완료한 상태다. 401명의 중증 요통 환자들에게 SP-102를 투여한 결과, 4주 만에 28%의 통증 개선 효과를 보였으며, 이는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최소 개선 수치인 8%-12%의 2.3배에 달하는 수치다. SP-102는 최초의 FDA 승인 비오피오이드 경막 외 스테로이드 겔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일렉스는 올해 SP-102의 면허 신청 요건에 대해 FDA와 논의할 예정에 있다. 사일렉스측은 "SP-102는 환자와 의사가 수십 년 동안 추구해온 치료법에서 큰 발전을 보지 못했던 좌골 신경통에서 혁신적인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며 "이번 임상3상 실험 결과는 최고의 비마약성 통증 관리 회사가 되기 위한 사일렉스의 여정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CEO 헨리 지. 회사측 사진 제공
# 경력 25년의 발명가 사일렉스 CEO '헨리 지' ... 바이오 업계 최대 '항체 라이브러리' 자체 개발 = 사일렉스의 CEO인 헨리 지(Henry Ji) 박사는 생명 공학 분야에 25년 이상의 경력의 권위자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동물 생리학을 전공하고 푸단 대학에서 생화학 이학사를 취득했다. 지 박사는 2006년 소렌토 테라퓨틱스를 공동 설립했으며, 2016년부터 사일렉스의 CEO를 겸임하고 있다. 지 박사는 생명 과학 분야에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렌토에서 '지맵(G-MAB) 항체 라이브러리'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발명가다. 지 박사가 개발한 지맵은 600명 이상의 기증자로부터 1만 조 이상의 고유 항체를 계산한 인간 항체 플랫품으로 바이오 제약 산업에서 가장 규모가 큰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이 라이브러리를 이용하면 고도로 특이적인 단일클론항체(mAB)를 발견하거나 치료제 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사일렉스의 모기업 소렌토의 기업 가치는 9억 5,302만 달러에 이른다. 매출액은 2020년 3,990만 달러, 2021년은 5,290만 달러로 32.31% 성장했다. 나스닥 상장 기업인 소렌토(Sorrento Therapeutics, NASDAQ: SRNE)의 시가 총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