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에 대한 기준요건이 강화된다. 고유 재산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투자일임회사의 경우 투자일임업 등록 후 2년 경과 및 투자일임재산 규모 5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동안 투자일임회사의 고유재산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요건이 없었지만 이번에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는 기관의 반복적인 ‘뻥튀기’ 청약으로 인한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11일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수요예측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인수업무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올해 5월 1일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발행기업부터 적용된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앞으로는 투자일임업 등록 후 2년을 경과하거나 투자 일임재산 규모가 50억원 이상이 돼야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등록 후 2년이 경과하지 않았어도 투자일임재산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곳은 참여가 가능하다. 사모투자업자도 이와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단, 투자일임업‧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한 공모운용사, 증권사 등에는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금투협은 설명했다.
둘째, 투자일임업자와 사모집합투자업자가 고유재산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고자 하는 경우 수요예측 참여요건을 충족함을 확인하는 확약서와 증빙서류를 IPO 대표주관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셋째, 투자일임재산의 수요예측 참여요건과 관련해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한 투자자가 투자일임업자인 투자일임재산은 수요예측 참여가 제한된다.
이처럼 문턱을 높인 것은 최근 수요예측 위규행위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불성실 수요예측은 2019년 19건에서, 2020년 35건, 지난해 66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 2년간 전체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행위 중 투자일임업자·사모지합투자업자가 약 7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규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금투협이 올해 초 규제강화에 본격 나섰다. 금투협은 앞서 1월 14일 불성실 수요예측 등을 방지하기 위한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예고했다. 이후 지난달 25일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해당 업계 의견을 추가로 듣기 위해 개정안 시행이 뒤로 미뤄졌다.
금투협 자율규제위원회는 "앞으로도 IPO 수요예측 시장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위규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관회사에 대한 점검 독려, 시장참여자에 주의사항 안내·규정 준수 촉구 등 수요예측 질서 유지를 위한 자율규제 역할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IPO 제도 전반에 걸쳐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관계당국과 긴밀하게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IPO시장이 과열된 탓에 사모펀드 등이 자기자본과 상관없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뻥튀기 청약에 나서면서 공모가를 높이고 이에 따른 피해가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는 IPO 최대 이벤트로 시장을 흥분하게 만들었던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에서도 여실이 드러났다. 올해 1월 기관 주문금액 1경 이상이 몰린 LG에너지솔루션은 자기자본 5억원에 불과한 투자자문사도 자기자본의 1만배를 훌쩍 뛰어넘은 주문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