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는 스팩을 제외하고 거래소 심사승인을 통과한 예비 IPO 기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IPO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심사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한달간 거래소 IPO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키움스팩6호와 미래에셋비전스팩1호뿐이다. 예비심사는 청구기업이 상장자격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상장규정에 따르면 심사청구 후 45영업일 내에 심사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12월 중순 이전에 청구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심사결과를 받았어야 하지만 심사가 지연된 탓에 줄줄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45영업일 이전 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현대오일뱅크, 원스토어 등 20여개 기업에 달한다.
최근 IPO 호황으로 특례상장을 비롯해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팩과 리츠를 제외하고 89개 기업이 코스피와 코스닥에 신규 상장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이며, 70개 수준인 예년 평균을 훌쩍 넘어선 기록이다. IPO심사 청구기업이 몰리면서 지난해에도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45영업일을 넘겨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지난해만 못해도 예년 평균치를 넘어선 기업들이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IPO 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일부 공모기업들의 경우 과도한 밸류에이션으로 고평가 논란이 일었고, 증시 변동성까지 확대돼 공모 기업들의 주가가 상장 후 줄줄이 내리막길을 타자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더욱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최근 몇몇 상장 기업들에서 횡령배임 등의 사고가 일어난 점도 심사기준 강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거래소는 지난해 말 심사기준을 강화한 'IPO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심사신청 전 과도한 배당, 심사신청 전 비상장법인을 합병해 부당이익 취득, LBO(차입매수) 방식으로 예비상장 기업을 인수해 부채 상환부담 전가, 과도한 공모가 산정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다양한 방식의 특례제도를 활용해 시장에 입성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도 심사기간이 길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30여곳이 기술성장 기업으로 인정받아 시장에 입성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치다.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지난 2020년 말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일부 손질해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지난해부터 이를 적용하고 있다.
시장관계자는 더스탁에 “특례상장 기업의 경우 미래이익을 담보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앞서 기술특례로 입성한 몇몇 기업이 상장폐지 됐거나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만큼 심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 냉기가 돌고 있는데 규제가 과할 경우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는 IB업계의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증시 부진에 심사강화 여파가 겹치면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기업들의 상장심사 자진철회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한국의약연구소, 파인메딕스, 퓨쳐메디신 등이 상장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이 밖에 K유니콘 특례제도를 활용해 올해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뒀던 마켓컬리의 경우 사전협의 과정에서 거래소가 재무 건전성과 관련한 보완 등을 요구하면서 예심청구서 제출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더스탁에 “2월에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이 적은 것은 특별한 사유는 없으며, 일반적으로 심사기간이 45영업일이 소요되지만 추가 심사로 인해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