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더블유씨피〉
또 하나의 2차전지 분리막 업체가 증시입성에 도전한다. 더블유씨피(WCP)가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이어 분리막 업체로는 두번째로 기업공개를 본격화했다. 2차전지 분야가 IPO시장에서 선호하는 섹터인데다 소재업체인 더블유씨피는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어 관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더블유씨피는 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심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다면 4월말께 결과가 통보될 것으로 관측된다. 곧장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에 속도를 낸다면 상반기 내 코스닥 입성이 가능한 일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맡고 있으며, 상장 예정주식 수의 약 26%인 900만주를 공모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 설립된 더블유씨피는 2차전지 분리막 제조회사로 충북 충주 메가폴리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모회사는 삼성전자 (KS:005930) 출신 최원근 대표가 설립한 더블유스코프로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 2015년 도쿄증시 1부리그에 상장됐다.
더블유씨피의 주력 사업분야인 분리막은 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로 꼽힌다. 양극과 음극의 물리적 접촉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배터리 수명이나 안전성 등에 관여한다. 배터리 총 원가의 15~20%를 차지해 배터리 제조비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다. 더블유씨피는 분리막 제조 관련 국내외 40여건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으며, 고분자 필름 제조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또 고속의 광폭 연신이 가능한 축차 2축 개별 연신법의 생산방식을 토대로 생산성을 높였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이어 2위다.
분리막은 안전성의 문제가 있고, 전기차 등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배터리 비용 절감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고객과의 장기적인 협업이 중요하다. 더블유씨피는 배터리 제조업체인 삼성SDI에서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고 장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분리막이 기술장벽이 높고 과점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도 더블유씨피에게는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스탁에 “분리막은 개발기간이 길고 대규모 투자비용이 필요해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따라서 전방시장인 전기차 등이 성장함에 따라 기존 업체들의 중장기적인 수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기반으로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더블유씨피는 2019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해 348억원의 매출이 발생했고, 이듬해인 2020년에는 1119억원의 매출을 거둬 실적이 퀀텀점프했다. 수익도 동반 호전되고 있다. 2019년에는 5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1년만에 98억원의 흑자로 턴어라운드했다. 작년 말 설비 증설에 나섰고, 이후 분리막 수요 확대에 대비해 삼성SDI와 유럽생산 거점도 고려 중이어서 중장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기업가치도 동반 뛰고 있다.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노앤파트너스가 보유한 더블유씨피의 전환사채 매각과정에서는 2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 2019년 기업가치가 25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2년만에 약 10배로 점프한 셈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더블유씨피의 기업가치를 4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분리막 업체로 지난해 IPO를 진행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주가가 최근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보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난해 5월 공모가 10만5000원으로 코스피에 상장 후 두 달 뒤인 7월 24만9000원의 고점을 형성했다. 이후 고점대비 50%가량 하락해 현재 주가는 공모가를 소폭 웃돌고 있다. 지난해 실적부진 등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더블유씨피가 상장 전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 실적이 주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