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태영 기자] 과학기술정통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산업이 오는 2040년 1300조원(1조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고성장이 전망되는 미래먹거리인 만큼 시장선점을 위한 우주개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우주항공분야에서 한국은 비교적 후발주자로 분류되지만 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적 의지는 뚜렷하다. 5월에만 해도 우주항공 산업에 시장의 관심이 환기될 만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우주항공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생태계 확대에 디딤돌이 될 우주항공청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우주개발 사업의 체계화와 전문성 강화가 기대된다. 여기에 지난 23일에는 'K-저궤도 위성통신망'에 대한 예타도 통과된 상태다.
특히 정부가 우주항공 기술 자립화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에 시선이 쏠린다. 선도적인 우주 항공기업들과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해 동행 중인 제노코도 그 중 하나다. 제노코는 방산사업의 안정적인 기반 아래 우주항공 사업을 성장엔진으로 가동하고 있다. 1분기말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주잔고를 확보하면서 중장기적 실적성장 기대감도 갖추고 있다.
제노코의 차세대 중형위성용 X-밴드 송신기. 사진=회사 홈페이지
# 우주항공 다양한 핵심기술 확보…위성탑재체 국산화 등= 우주항공 통신 전문기업인 제노코는 2021년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다. 위성통신 및 항공, 방산 산업에 적용되는 제품을 제조하는 것이 주요 비즈니스다. 방위산업을 기반으로 핵심 기술을 강화한 뒤 항공 우주 사업에 뛰어들며 분야별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핵심기술로는 위성탑재체 초고속 전송, 변조 및 처리기술, 항공전자장비의 3D 모델링 기반의 기구설계 및 해석기술, 위성운용 및 지상데이터 통신기술 등이 꼽힌다. 사업부문은 위성통신, 항공전자, EGSE(지상시험지원장비)/점검장비, 방산핵심부품(TICN 광전케이블)을 두고 있다.
위성통신은 위성탑재체 등을 공급한다. 국가우주개발사업에 참여해 X대역 송신기인 X-밴드 트랜스미터(X-Band Transmitter)와 같은 위성탑재체 분야 국산화에 성공했다. X-Band Transmitter는 제노코가 국내에서는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차세대중형위성 1, 2호에 탑재됐으며, 향후 3호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위성지상국은 위성의 제어·감시 기능 수행·위성중계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사업이다. 위성 특성에 맞춰 최적화할 수 있는 게 주요 역량이며 ANASIS-I&II 사업, KT SAT 등의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EGSE는 위성 발사전까지 위성탑재체 및 무기체계의 성능을 점검하는 장비를 생산한다. 이 역시 위성탑재체 맞춤형 개발이 가능하며 군사용 정찰 위성을 발사하는 425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항공전자는 극한 환경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항공기의 전자장비를 개발해 제조하고 있다. 고정익 혼선방지기나 회전익 인터콤 등이 주요 제품이다.
# 한화시스템 등 대표 기업들과 공고한 파트너십= 제노코는 핵심기술력을 기반으로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 에이버스 등 굵직한 기업들을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주요 고객사인 한화시스템과는 초소형 위성사업을 전개 중이다. 한화시스템과는 지난해 11월 초소형위성체계 SAR(합성개구레이다 Synthetic Aperture Radar) 검증위성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말 한화시스템은 민간소형 SAR 위성을 국내 최초로 발사하는 데 성공했는데, 여기에 제노코의 위성 전원공급모듈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국방 과학연구소와는 초소형 지구 저궤도(LEO, Low Earth Orbit) 위성통신플랫폼 제작 사업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계약 기간은 올해 10월까지다.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 이충헌 연구원은 “한화시스템은 2025년부터 저궤도 위성통신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며 2030년 이후 2000기 이상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발사해 위성통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제노코는 한화시스템이 주요 고객사이며, 위성탑재체와 기지국 관련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저궤도 위성사업 및 초소형위성사업 관련 직접적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회사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위성 기업인 비아샛(Viasat)과도 손을 잡았다. 비아샛은 스타링크의 대항마로 불리는 위성통신 기업으로 양사는 항공우주 및 방산전시회인 서울 ADEX2023에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독점 MRO(유지/보수/정비) 센터 구축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위성부품 판매 계약, 해외시장 진출 등도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항공전자 부문에서는 연초 소형무장헬기(LAH) 인터콤(ICS) 양산 계약을 진행했다. ICS는 제노코가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이어 글로벌 기업과의 개발 협력도 올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단기 실적 부담…주가는 답보 상태= 제노코는 최근 주가가 큰 변동폭 없이 지지부지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단기실적 부담에 숨고르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연간 매출액 551억원에 1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은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다. 민수 분야 지상국 사업 연구개발비 등 R&D 비용이 증가했고 장기재고자산 평가손실을 반영하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1분기에도 실적은 호전되지 못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보다 3% 증가한 13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이 10억원 발생되면서 적자 전환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자 이유를 △위성통신 부문의 일부 프로젝트에 손실 충당금 설정 △항공전자, EGSE 개발 사업에서 매출 인식 대비 많은 원가 발생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나쁘지 않다. 박 연구원은 “일부 프로젝트가 지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2분기에는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항공전자 부문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약 154% 증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1분기 프로젝트 손실 충당금은 일회성 비용으로 평가된다.
독립리서치 밸류파인더 이충헌 연구원은 제노코가 올해 매출액 652억원과 영업이익은 52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 배성조 연구원의 전망도 이와 유사하다. 배 연구원은 올해 매출액 670억원과 4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 1분기 수주잔고 973억원…역대 최대 =특히 제노코에서 주목되는 점은 수주잔고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수주잔고는 973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3%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최대 수주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분기에도 수주가 추가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화시스템과 156억원 규모의 전기, 기계장치 개발을 위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2028년 5월까지 진행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당장의 실적보다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수주잔고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1분기 말 기준 위성통신 338억원, EGSE/점검장비 231억원, 항공전자 180억원, 방위산업 핵심부품 225억원 등 합계 973억원의 수주잔고를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말 대비 53% 증가한 규모”라면서 “현재의 수주잔고가 바로 올해 매출액으로 기록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항공우주 산업의 고성장 전망과 동행하는 긍정적 흐름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