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태영 기자] 산업 고도화가 가속화되면서 필수 핵심소재인 핵심광물의 공급망 구축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반도체, 고성능 배터리 등의 필수소재로 쓰이는 텅스텐이다. 과거 중국의 공세에 밀려 채산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휴지기를 맞았던 국내 텅스텐 광산이 최근 텅스텐의 국제 시세 급등으로 상용화에 급물살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텅스텐 정광 2.3만톤 규모로 주요 광구로 꼽히는 울진 쌍전광산이 현재 갱도 확대와 후단 공정설비 구축 등 상업생산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쌍전광산은 광산개발 기업 지비이노베이션이 광업권을 가지고 있다. 지비이노베이션은 코스닥 상장기업 CBI(013720)가 46.88%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관계사로 등록돼 있다.
지비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쌍전광산은 갱도 내외부 모두 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갱내는 현대식 기계화 채굴을 위한 6m x 5m 주운반갱도 370미터의 굴진을 마쳤고 파분쇄 및 선광장 장비 설치를 위해 12m x 12m 대구경갱도 확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본격 채광을 위한 선진시추작업이 진행 중이고 선광을 위한 일련의 장비들이 발주 후 제작 중으로 텅스텐의 상용화를 위한 시설이 구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이르면 오는 7월경 시험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텅스텐은 주로 회중석, 철망간중석으로 채굴되며 대부분 정제련을 통해 1차 가공된 후에 제품화된다. 텅스텐 광석이 텅스텐산 암모늄(APT)과 페로 텅스텐으로 1차 가공되고 다시 산화텅스텐과 텅스텐분말, 페로 텅스텐 등으로 제품화돼 다양한 산업분야에 공급되는 구조다.
텅스텐은 고내열성, 고내마모성의 특성을 가진 금속이다. 열팽창률이 낮아 주로 초경합금과 고속도강 등 특수강의 원료가 된다. 절삭공구와 탄약, 포탄 등 방산분야에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3D프린터와 항공엔진 등 우주항공 산업에도 투입되고 있다. 또한 전기전도성이 우수해 전자제품과 반도체에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산화 텅스텐은 촉매와 고급 잉크, 기타 도료의 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텅스텐 국제 시세 그래프. 사진=한국자원정보서비스
# 가격상승 이유는 '수급불안'... 최근 350달러로 급등 =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츠(Global Industry Analysts)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텅스텐 수요는 2022년 11.9만톤에서 2030년까지 17.1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및 통신장비 등의 첨단 기술제품, 2차전지,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 등 재생에너지, 우주항공 산업 발전 등에 따라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공급량은 감소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채굴 총량 관리와 환경보호 규제 강화가 수급 불안을 더욱 부추기는 형국이다. 중국의 텅스텐 정광 생산량은 2019년 14.5만톤에서 2023년 12.3만톤으로 줄었다. 여기에 텅스텐 생산 세계 3위국인 러시아마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의 4차산업 핵심광물 텅스텐APT 국제 시세 통계에 따르면, 2021년 5월 중순 텅스텐 1mtu의 가격은 270달러였으나 이달 17일에는 3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13일 1mtu 당 가격이 160달러에 불과했었다. 텅스텐은 원석의 1차 가공물인 산화함모늄(APT) 형태로 거래된다. 거래 단위 1 MTU(Metric ton unit, 10kg)에는 7.93kg 가량의 텅스텐이 포함돼 있다.
쌍전광산 개발 현장. 사진=회사 제공
# 국가 핵심 광물 지정 텅스텐, 자급 자족 첫발 = 국내 텅스텐 수요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 지비이노베이션 김용우 대표이사는 "40여년간 텅스텐 최대 생산국 중국의 난개발로 텅스텐 원광의 평균 품위가 0.18~0.19%로 하락한 상태다. 반면 쌍전광산 등 우리나라 텅스텐 광산의 평균 품위는 0.4%대로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텅스텐 자급자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희토류 5종과 텅스텐을 포함한 33종을 핵심 광물로 선정하고 국내 첨단 산업 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2023년에 발표했다. 위기대응 능력을 확보하고 공급망 다각화와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쌍전광산은 과거 국내 텅스텐 주요 생산지 중 하나였으나 중국의 시장개방과 가격 덤핑으로 인해 휴광됐다. 기존에 독일 특수강전문기업 크로니메트가 광업권과 채굴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난해 지비이노베이션이 되찾아왔다.
쌍전광산의 확인된 정광 매장량은 약 2만3000톤(t)이다. 우리나라 연간 전체 사용량의 10배 수준이다. 호주계 텅스텐 전문기업 ITS는 2019년 탐광 보고서를 통해 텅스텐 원광 매장량이 307만톤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추가 탐사에 따라 매장량이 최대 수천만톤에 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당시 확인된 텅스텐의 품위는 0.46%로 세계 평균의 2.5배에 이른다. 광석의 품위는 유용한 성분의 비중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