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태영 기자] 애니메이션 기획 및 제작기업 스튜디오미르가 올해 들어 주주친화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에 이어 최근 대규모 무상증자를 단행한 덕분에 주가가 치솟으면서 공모수익률이 최대 200% 이상 올랐다.
최근 글로벌 OTT가 애니메이션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여서 업황도 우호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여기에 스튜디오미르는 3D애니메이션 사업을 강화하고 AI제작 툴 연내 상용화에 나서는 등 사업모델 다각화와 제작공정 효율화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자사주 소각∙ 500% 무상증자 등…올해 주가 기지개=스튜디오미르 (KQ:408900)는 지난해 2월 코스닥에 신규 상장했다. 2022년 냉각됐던 IPO시장이 2023년 초 풀리면서 스튜디오미르도 공모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공모가는 밴드상단인 1만9500원에 확정됐으며 수요예측 경쟁률 1702대 1, 일반 청약경쟁률 1593대 1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상장 직후에는 주가 흐름도 좋았다. 상장일 시초가 ‘따’에 종가 '따상'을 기록하면서 상장 3일째에는 종가 기준 공모수익률이 229%(수정 공모가 3253원)를 기록했다. 다만 이후 주가는 방향을 돌려 줄곧 우하향했고 지난 4분기 공모가를 하회했다. 지난해 1분기와 3분기에는 영업적자에 빠지면서 연간 실적도 갉아먹었다. 하지만 4분기 다시 흑자를 내면서 분위기를 전환한 상태다.
주가는 지난해 10월 바닥을 찍고 올해 들어 크게 반등하고 있다. 점상한가를 찍었던 이달 8일 주가 기준 공모수익률은 211%를 기록했다. 익일 장중 고점을 기준으로 하면 공모수익률은 284%에 이른다. 18일 종가 기준 공모수익률은 153% 수준이다.
최근 주가를 크게 밀어 올린 배경에는 주주환원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스튜디오미르는 지난 2월 28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 지분가치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여기에 1주당 5주를 배정하는 대규모 무상증자까지 연이어 결의했다. 무상증자는 유통주식 수가 늘어날 수 있는 점과 가격이 저렴해 보이는 현상 때문에 일시적인 권리락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수세가 몰리는 모멘텀이 되기도 한다. 실제 스튜디오미르는 신주배정기준일 하루 전인 지난 5일 권리락이 발생했는데, 주가는 이날부터 2일간 점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됐다. 다만 무상증자의 경우 본질적인 기업가치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튜디오미르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작품들. 사진=회사 홈페이지
#애니메이션 총괄제작으로 차별화…글로벌 주요 OTT들이 주요 고객= 2010년 설립된 스튜디오미르는 애니메이션 총괄제작 기업이다. 통상 애니메이션 제작기업들이 메인 프로덕션에만 집중하는 것과 달리 스튜디오미르는 프리 프로덕션(스토리 기획)에서 메인 프로덕션(원화 및 동화 제작), 포스트 프로덕션(편집 및 녹음과정)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내재화한 점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런 총괄제작방식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수주단가 면에서도 유리하다. 특히 일관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편 작품 제작에 있어 선호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글로벌 OTT가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경쟁력은 국내 업계 최초로 지난 2019년 넷플릭스 (NASDAQ:NFLX)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처음 총괄제작한 ‘아바타:코라의 전설'이 미국에서 큰 반응을 얻으며 2019년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 최초로 넷플릭스와 장기 계약을 맺는 성과를 쌓았다.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디즈니, 드림웍스, 워너브라더스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모두 스튜디오미르의 고객사다.
스튜디오미르는 북미 애니메이션 시장을 주요 시장으로 두고 있는데, 최근 글로벌 OTT등은 애니메이션 제작 투자를 확대해 가는 추세다. 넷플릭스의 경우 전체 예산에서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8년 11%에서 2022년 15%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아마존 (NASDAQ:AMZN) 프라임비디오도 10%에서 14%로 비중을 확대했다.
# 3D애니메이션 사업 강화...작업 효율 높이는 AI 제작툴 개발 = 스튜디오미르는 지속적인 R&D 투자로 수익모델 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자동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3D 분야다. 3D사업분야는 수많은 공정에서 나오는 수만 개의 파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미르툴을 개발하고 2D애니메이션에서 연출하기 어려운 부분을 3D로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인 투자와 제작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Full 3D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 역량을 입증한 덕분에 독자적인 사업 카테고리로 자리잡았다. 여기에는 보유 중인 수많은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빠른 사업확장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렸다. 회사는 지난해 말 3D사업과 R&D 분야를 물적분할해 스튜디오미르CGI를 설립했다.
스튜디오미르CGI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 공정 효율화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부분 영상을 AI 툴을 거쳐 다양한 아웃룩으로 변환할 수 있고 작화의 일관성도 높일 수 있는 AI 제작 툴을 개발 중이다. 상용화 시점은 연내로 잡았다. 총괄제작 체제가 구축된 스튜디오미르 입장에서는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드림웍스 CEO 제프리 카젠버그는 AI 기술이 애니메이션 제작 비용을 대폭 낮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수익모델 다각화를 위해 IP사업 진출도 천명했다. 직접 IP를 보유해 IP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의 애니메이션 제작 전 과정을 내재화할 계획이다. 특히 스토리텔링 역량인 프리 프로덕션에도 강점이 있는 만큼 IP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IP를 통해 자체 애니메이션 제작 이후 게임, 웹툰, 웹소설 업체 등에 콘텐츠 제작을 역제안해 IP를 통한 수익을 창출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자체 IP의 흥행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멀티플 업사이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