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 대표이사 이기동)이 5월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기관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밴드상단 기준 7423억원의 공모규모에 상장 몸값 3조7,071억원을 제시하면서 상반기 IPO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에이피알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조 인도 이후 선박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 사이클에 민감한 신조 조선업과는 달리 선박 AM(에프터마켓)에서 독자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및 디지털전환이라는 트렌드를 맞아 친환경 선박 개조, 디지털 솔루션 등으로 사업의 보폭을 넓히면서 신규성장 동력을 추가하고 있다.
이번 기업공개(IPO)라는 큰 이벤트를 발판삼아 HD현대 그룹의 세계 최고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한 토털 마린 솔루션 기업으로 포지셔닝을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공모자금은 신규 성장동력에 대한 연구개발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15일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사업 비전과 전략을 공개했다.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사업 고도화와 우수 인력 유치를 통해 단시간 내 회사의 기틀을 확립하여 설립 이후 매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궈내 왔다”며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해양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엔진기계사업부, 전기전자 사업부 등 선박 관련 유무상 서비스 담당 조직을 통합해 2016년 11월말 출범한 회사다. 설립 당시에는 건조 후 인도된 선박과 엔진 등 주요 기자재에 대한 정비, 수리 개조 등 선박 생애주기 전반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박 A/S 전문회사로 틀을 잡았다. 여전히 애프터마켓(AM) 서비스가 핵심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 중이지만 현재는 선박의 탈탄소, 디지털화 등 글로벌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친환경 개조, 디지털 솔루션 등으로 사업영역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부품 교체, 수리, 정비 등의 유지유지 및 보수 작업을 수행하는 AM사업은 자체 부품 및 기자재에 대한 수요예측 및 재고 최적화 프로그램을 갖추고 4개 해외법인을 통해 대륙별 주요 스팟(Spot)에 적정 재고를 비치하는 전략으로 선주 및 선사가 운항 효율을 최적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 그룹의 조선사들을 뒷배로 두고 있는 만큼 빠르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룹이 50여년간 구축해 온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는 독보적 경쟁력을 구축하는데 주요 발판이 됐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글로벌 1위 조선사인 HD현대가 건조한 선박 및 선박 기자재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보유 중인 유일한 AS 사업자다. 회사 측은 “4행정(4-Stroke) 엔진 시장에서 글로벌 1위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힘센(HiMSEN) 엔진의 정품 부품에 대한 주문은 오직 HD 현대마린솔루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글로벌 대형엔진 분야 AS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2행정(2-stroke) 선박엔진 시장의 약 85%를 점유하고 있는 만에너지솔루션(MAN Energy Solutions)과 약 14%를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빈터투어가스앤디젤(WinGD)의 엔진에 대해 라이선스를 보유 중인데, 2개의 엔진에 대한 라이선스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글로벌 6개 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아울러 엔진 외 부품에서도 시장 내 유일한 원스톱숍(One-stop-shop) 서비스를 통해 방대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선박 부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선박 시장에서도 친환경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만큼 글로벌 선박의 친환경 트랜드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약 1,000척의 선박 개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검증된 턴키방식의 프로젝트 수행이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는 가스 솔루션 개조 및 선박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HD현대 조선 부문 계열사들들이 친환경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를 통해 견조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본의 효율적 운용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자본지출은 61억 원에서 26억 원으로 감소한 반만 이 기간 매출액은 1조 877억 원에서 1조 4,305억 원으로 약 31.5% 성장했다. 효율적인 자본 운용은 EBIT 마진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핵심 사업의 매출액 대비 이자 및 세전 이익(EBIT) 마진율은 지난해 기준 23.8%을 기록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나 첨단 기술 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높은 수치로 기업의 운영이 매우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지표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설립 이후 실적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17년 2,403억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에 1조 4,305억 원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성장률(CAGR)이 35% 수준이다. 특히 매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인데, 지난해에는 14.1%를 달성했다. 이 같은 지속적인 성장세의 배경에는 회사의 핵심사업이 업황 사이클에 민감한 조선 산업의 영향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있다. 선박은 운항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가동이 이뤄지고 노후화에 따라 유지·보수 수요도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4개 해외 법인과 6개의 지사, 수십개의 주요 기술 서비스 파트너사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주효했다. 해외 매출액은 2019년 약 4,400억 원에서 2023년 약 9,900억 원으로 연평균 22% 수준으로 성장했다. 현재 HD현대마린솔루션은 One-stop-shop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박 수가 지속 증가하고 평균 매출 단가(ASP)가 상승 추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 엔진, 비엔진 등 모든 AM사업 영역에서 2019년 대비 외형 성장을 달성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상장을 통해 890만 주를 공모한다. 공모가 희망범위는 7만 3,300~8만 3,400원으로 예상 공모 금액은 6,524억~7,423억 원이다. 수요예측은 이달 16~22일 5일간 진행될 예정이며 오는 25~26일 청약을 거쳐 5월 내 유가증권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UBS, JP모간이며, 공동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다. 인수단에는 삼성증권과 대신증권도 포함됐다.
이번 공모로 유입되는 자금은 구주 매출대금을 제외하고도 3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금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및 연구개발 등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선박 AM 시장 내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친환경 개조사업의 역량 확대와 선박 디지털 사업의 고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