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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조용병과 김병주의 '뚝심 대결'… 세 번의 결렬 끝에 2.3兆 빅딜 성사

입력: 2001- 01- 01- 오전 09:00
[마켓인사이트] 조용병과 김병주의 '뚝심 대결'… 세 번의 결렬 끝에 2.3兆 빅딜 성사

▶마켓인사이트 9월6일 오전 6시11분

지난 7월3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마주 앉았다. 지난해 8월 신한금융이 MBK에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 인수를 제안한 지 1년 만에 양측 회장이 처음 만나 담판을 벌이는 순간이었다.

◆1년간 피 말리는 협상

조용병 회장

신한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은 지난 4월30일 이후 금융권에선 신한의 ‘인수 불발’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날 두 회장 간 담판은 3개월간 양측이 극비리에 물밑 작업을 이어온 결과물이었다.

신한금융과 MBK 실무자 모두 이날 결과를 낙관하고 있었다. 가격차는 230억원.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미세조정에 불과한 숫자였다. 하지만 1시간 반 뒤 협상장을 떠나는 두 회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주당 4만9600원(배당금 주당 2600원 포함)을 제시한 조 회장에 맞서 김 회장은 5만600원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거래 자문사 관계자는 “투자업계 베테랑답게 정교한 수치로 무장한 김 회장에 맞서 ‘숫자가 화두가 되면 밀릴 수 있다’고 판단한 조 회장은 일상적인 화제로 일관하다가 막판 3분가량을 남기고 금액 얘기를 꺼냈을 정도로 주도권 싸움이 팽팽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협상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로부터 나흘 뒤 신한금융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KB금융이 MBK에 새로운 가격을 포함한 인수 제안을 넣은 것이다. 주당 5만원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신한과 MBK 간 협상은 세 번째 결렬 위기를 맞았다.

◆보험업계 최대 M&A 성사

첫 번째 결별 위기는 지난 4월 말이었다. 당시 신한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자 기다렸다는 듯이 KB금융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금융권에는 ‘KB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가 정설로 떠돌았다. MBK는 두 인수 후보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해왔다. 양측 수장이 만났지만 230억원의 가격 차를 좁히지 못한 게 두 번째 위기였다.

조 회장은 ‘가격을 올리자’는 실무진 건의를 뿌리쳤다. “주당 5만원에서 1원도 올려줄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신한은 지난달 7일 주당 5만원을 최종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을 깨겠다는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김 회장도 연말 상표권 계약 만료에 대비해 ING생명의 사명과 회사이미지(CI)를 ‘오렌지라이프’로 바꾸며 장기전을 준비했다. 신한금융과 거래가 깨지더라도 제값을 받을 때까지 ING생명을 가져가겠다는 강수였다. 신한과 MBK 간 기싸움은 갈수록 가열됐다.

김병주 회장

신한과 MBK 간 협상이 마무리된 데는 KB금융 역할이 있었다. 신한금융이 최종 제안을 한 날 KB금융은 골드만삭스 등 자문사들과 잡은 첫 회의를 취소함으로써 인수전 포기를 공식화했다. 내부적으로 오렌지라이프 가격이 높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미래 전략 차원에서 구속력 없는 제안을 해본 것일 뿐 거래를 훼방 놓거나 신한과 가격 경쟁할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협상 1년 만인 지난 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MBK가 보유한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총 2조2989억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국내 보험사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 거래로 기록됐다. 신한금융이 KB금융에 내줬던 ‘1등 금융그룹’ 자리를 되찾는 순간이었다. MBK는 ‘국내에서 투자금 회수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평가를 떨쳐냈다. 오렌지라이프 투자로 6년 만에 2조2000억원을 남기는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거래의 숨은 주역들

“은행원들로만 팀을 꾸리면 조(兆) 단위 M&A 거래는 절대 못 한다.” 조 회장이 오렌지라이프 인수작업을 시작할 당시 한 말이다. 신한금융의 인수팀은 신한은행 출신 장동기 재무담당 부사장과 외부 출신인 김지욱 글로벌자본시장팀장, 김태연 재무팀장으로 꾸려졌다. JP모간 삼성증권 등에서 일한 김지욱 팀장과 삼정KPMG 회계사 출신인 김태연 팀장은 지난해 3월 조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발탁한 인물이다. MBK에선 윤종하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금융자산 담당인 이진하·김정환 전무 등 정예 멤버들을 투입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500억 발행에 네 배 넘게 매수 주문, 부...S&P "신한금융, 생보사 인수로 자본 적정성 부담 증가"신한금융, 2조2989억에 오렌지라이프 인수신한, ING생명 품고 자산 1위 탈환… KB와 '리딩금융 ...신한금융, 2.3조에 ING생명 품었다…리딩금융그룹 탈환 발판신한금융, ING생명 품었다…'승부사' 조용병 회장, 업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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