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0월13일 (로이터) - 전세계의 수 조 달러를 운용하는 자산 관리사들은 영국에 투자하기를 아주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초래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영국 투자를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7조 달러 이상을 관리하는 13곳 자산 관리회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 전략가들, 투자 담당자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브렉시트 투표 이후부터 쭉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중 다수는 현재 영국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당장 보유분을 줄이거나 매도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는 브렉시트 안개가 걷히게 되면 추가로 매수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라서 경계심이 매우 고조된 상태이며, 언제든지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답변이다.
아문디의 에릭 브라드 채권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영국에 대한 미래가 점점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영국은 자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해외 투자로 보완해 온 나라로,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이것을 "낯선 이들의 친절(the kindness of strangers)"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따라서 영국으로 유입되는 자본이 적어질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야누스 캐피탈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라이언 마이어버그는 "한동안 영국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분위기가 분명히 변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 파운드의 추락
브렉시트 투표 이후 영국 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파운드의 등락일 것이다. 지난 6월 말 이후 파운드화는 세계 4위 통화라기보다는 이머징 마켓의 화폐같은 움직임을 보여왔다.
파운드는 6월23일 브렉시트 투표 이후 현재까지 18% 하락했고, 지난 5거래일 동안에만 5% 하락했다. 달러 대비 파운드는 31년 저점 수준에 있으며 무역 가중 파운드는 197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아울러 영란은행은 지난 7일 파운드가 일시 10% 하락했던 "플래시 크래시"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즈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브라이언 톰린슨 "파운드화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란은행이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이상 파운드는 약세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영란은행이 정책 긴축을 시사할 경우 분위기는 빠르게 바뀔 수도 있다.
지난 2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이 내년 3월에 시작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브렉시트의 방아쇠를 당겼다. 투자자들은 영국이 이민자 문제를 유럽과의 무관세 무역 체결보다 우선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위험한 조합
만일 투자자들이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만한 능력이 있는가 두려워 하는 것이라면, 내년에 있을 프랑스와 독일의 선거는 이러한 우려를 강화시킬 것이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데이비드 잔 유럽 채권 담당자는 "일부 영국 투자자들은 영국 정치인들이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우려한다. 협상을 둘러싼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협상과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예상이 늘어나면서 영국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영국 국채 수익률은 빠르게 솟구쳤다. 길트채 10년물은 이번주 들어 1%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처음 있는 일. 이번달 10년물 수익률은 30bp 상승해 작년 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파운드화 하락, 솟구치는 채권 수익률, 가속화되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침체는 독이 될 수 있다.
블루베이 자산관리의 마크 다우딩 투자등급 담당자는 "오랫동안 보유통화(reserve currency)의 지위를 지켜왔던 파운드지만 지금은 불안해 보인다. 추가 자금이 어디로 향할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파운드 약세와 영국 증시 강세의 조합이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JP 모간 자산관리의 투슈카 마하랏은 "파운드화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유하고 있는 통화고, 원유 시장도 반등하고 있기 때문에 런던 증시의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하면서 "증시가 상승은 할 것 같지만 얼마나 더 오를지는 모르겠다. 증시 상승은 파운드화의 안정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파운드화는 달러, 유로에 이어 세계 세 번째의 보유통화다. 영국 주식의 절반 이상은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고 영국 국채 시장에서 해외투자자들 비중도 25%가 넘는다.
*원문기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