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9월28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전문가들은 상하이가 차세대 금융 허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상하이는 당국의 무관심 속에 차세대 금융 허브로의 성장 동력을 잃고 있으며, 진보하기 보다는 후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상하이로 이전을 고려하는 해외 기업 간부들이 있다면 이 같은 계획을 보류할 필요가 있다.
영국계 컨설팅그룹 Z/YEN이 발표한 세계 주요 금융 도시들의 경쟁력 지표인 세계금융센터지수(GFCI)는 상하이를 전세계 도시 가운데 16위로 평가했다. 지난해와 변함없는 결과로 몬트리올이나 워싱턴D.C.에도 뒤처지는 순위다.
다만 상하이는 Z/YEN이 금융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향후 수년 내에 주요한 허브로 부각할 도시를 조사한 '가장 중요한 허브'를 뽑는 서베이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상하이를 국제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상하이에 높은 기대를 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중국의 경제 위상에 비견할 만한 수준으로 상하이를 키우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상하이 금융 시장은 중국의 개혁 진척 상황을 가늠하는 일종의 척도로서 국제 시장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운영 방식은 세계화의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해외 기업들이 상하이 금융 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제 거래소 설립 계획은 벌써 몇 년째 아무런 기약 없이 연기돼 왔다.
지난 여름 중국 증시 폭락 후 해외 기업의 상하이 증시 상장 자유화 추진이 중단됐으며, 파생상품 개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해외 자금 유입도 제한됐다. 이 같은 이유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는 중국 'A주'의 MSCI 신흥시장(EM) 지수 편입을 또 다시 거절했다. 상하이 채권 및 외환 시장들도 중국 경제의 위상에 걸맞는 규모의 해외 자금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상하이 대신 다른 국내 시장을 키우고 있다. 선전 증시가 거의 독점으로 신흥 산업의 성장주를 상장할 수 있도록 당국이 허용한 반면, 상하이 증시에서는 여전히 '구 경제'의 국유 기업들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하이가 신흥 산업 거래소 설립을 제안했으며, 상하이 증시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란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계획은 보류된 상태다.
중국 여타 도시들에 비해 국제적인 면모가 강하다는 자부심이 강했던 상하이 정부 또한 세관 직원의 숫자를 줄이고 도로 표지판의 영어 번역을 없애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외국인들에 대한 태도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 정부는 국제적인 금융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내실을 강화하기 보다는 겉모습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듯 하다. (피터 스위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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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