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기존 한도의 4배 가깝게 폭주하면서 주택금융공사 외에 시중은행들까지 심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다만 남은 절차를 감안하면 당초 목표한 연내 마무리는 쉽지 않은 상황. 이에 당국의 수요예측 실패로 서민들의 기다림만 길어지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에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진행하는 안심전환대출 심사에 지원을 요청했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1~2%대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조를 구한 후 주금공과 은행들이 구체적인 방식을 조율중"이라며 "은행의 대출모집인을 활용하고 주금공이 일정 수수료를 주는 방향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전했다.
지원 요청을 받은 은행 외에 우리은행은 이미 자체 인력을 투입했다. 우리은행 직원 100여명이 주금공 직원들과 심사, 결제 등을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은행과도 지원 방식을 논의한 후 조만간 인원을 투입하게 될 것이라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이번 협업은 지난 1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주금공을 방문해 안심전환대출 심사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한 결과다. 방문 당시 은 위원장은 "주금공의 업무부담을 더 늘리지 않으면서, 기다리는 국민들에게 빨리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원하겠다"며 주요 은행에 심사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전담상담창구가 열려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전담상담창구는 오늘부터 27일 금요일까지 접수할 수 있다. 2019.09.16 alwaysame@newspim.com |
금융위가 시중은행에 SOS를 보낸 것은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폭주하면서 심사가 지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20조원을 판매 한도로 잡았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어 74조원 규모가 접수됐다. 총 63만5000건으로 소득 등 자격 요건을 갖췄는지, 주택가격 커트라인에 속하는지 등을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심사 부담이 커지면서 주금공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왔다.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 때는 자행 대환을 전제로 진행해 심사업부가 은행 별로 분산됐지만, 이번에는 주금공이 직접 대환을 처리하고록 하면서 업무가 집중됐다.
집값이 낮은 신청자에게 우선 공급하도록 하면서 시세 확인도 업무를 지연시킨다. 시세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아파트보다 감정평가를 거쳐야 하는 빌라나 다세대 주택이 많은데, 이 경우 시세 감정에만 4~5일이 소요된다. 여기에 안심전환대출 탈락자들이 대거 보금자리론으로 몰리면서 보금자리론 업무도 가중된 상황이다. 주금공이 본사 인력까지 심사에 투입하고도 손이 모자른 이유다.
시중은행까지 나섰지만 연내 심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1일 기준 안심전환대출 심사가 완료된 건은 9만4000건으로 전체 대상의 40% 수준인 데다, 추가 심사 업무도 남아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3배 이상 늘어난 보금자리론 대환 신청의 경우 한 달 안에 처리를 해줘야 하고, 구입자금 신청의 경우 잔금기일이 있어 미룰 수가 없다"며 "안심전환대출은 주택 시세를 확인할 수 없고 근로소득자가 아닌 경우도 많아 절차가 길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위가 지원 대상자의 주택가격 상한선을 2억1000만~2억8000만원 내다보고 있어 현재 심사가 진행중인 1차 대상자는 2억1000만원 미만인 사람들이다. 1차 심사를 마치면 후순위 대상자에 대한 심사가 남아있다. 1차 심사를 마치고 추가 합격자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주금공은 추가 심사 대상자만 6~7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신청자들 기다림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심사 대상자 통보를 받고 승인 여부를 기다리는 신청자들은 "업무가 밀렸으니 기다려 달라"는 답을 들고 대기중이거나 길어진 심사에 조바심을 내는 상황. 주금공 관계자는 "추가 심사가 언제, 어떻게 진행될 지는 1차 대상자 심사가 끝나야 알 수 있다"며 "당국에 내년 초로 심사 완료 시점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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