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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자재 기업들, 업사이클의 유혹 물리칠 수 있을까?

입력: 2017- 02- 24- 오후 12:35
© Reuters.  (칼럼) 원자재 기업들, 업사이클의 유혹 물리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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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서스턴, 호주, 2월24일 (로이터) -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라는 흔한 약속을 듣게 된다면, 똑같은 실수가 반복될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특히 원자재 기업들은 활황과 불황을 수 차례 오가면서도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운 것이 거의 없다는 듯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한다.

이는 아마도 원자재 시장의 사이클이 한 번 순환되기까지는 수 십년이 걸려 과거의 실수가 까마득히 잊혀지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더욱 큰 이유는 일단 호황기가 시작되면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투자자들로부터 기업 규모를 키우고 투자를 확대하라는 압력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철광석과 석탄 가격이 두 배나 뛰는 등 지난해 상당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원자재 시장이 5년 간의 하강 국면을 마감하고 업사이클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됐다.

이러한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근거가 있고 원자재 가격이 실제로 업사이클에 들어섰다면, 원자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011년에 시작된 다운사이클 시기에는 대부분 기업들이 고통스러운 비용 절감에 나서고 탐사 및 시추 활동을 취소하는 한편 단위 당 경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비용이 극적으로 절감됐으나, 역설적이게도 비용 절감이 공급량 증가로 이어져 가격 하락세는 더욱 심화됐다. 철광석, 석탄, 알루미늄, 원유 모두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 원자재 가격이 업사이클에 들어선 것이라면, 기업들은 계속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한편 부채를 청산하고 장기적으로 공급은 부족해지고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움직이는 요인들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해 문제의 본질을 꼬집었다.

딜로이트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광산기업들의 총주주수익률(TSR)이 앞서 원자재 가격이 더 높고 투자가 많이 이뤄지던 시기에 비교하면 형편 없었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시장이 워낙 불황이었던 만큼 언뜻 보기에는 이해가 되지만, 문제는 기업들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격 상승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딜로이트는 "경영진이 TSR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격 외에도 비용, 레버리지, 자본지출, 포트폴리오 구성 등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재정 규율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자면, 원자재 기업들은 가격 상승으로 매출이 뛰어 현금을 대량 손에 쥐었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새로운 투자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 낙관할 이유는 충분해

지금까지 주요 기업들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BHP빌리턴 BHP.AX , 리오틴토 RIO.AX , 앵글로아메리칸 AAL.L 등 대형 광산업체들은 모두 배당금 인상을 통해 주주 수익을 증대시킬 것이며, 남아도는 현금은 부채를 갚는 데 쓰고 영업비용을 낮추는 데 계속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영진들이 현재의 가격 랠리가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계심을 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세대 경영자들은 겉보기에만 그럴 듯해 보이는 프로젝트나 지나치게 야심찬 인수합병(M&A)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다는 고무적인 신호로도 풀이할 수 있다.

가장 큰 리스크는 가격 랠리가 지속될 수록 기업 성장 계획을 내놓으라는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이 때문에 막대한 현금이 결국 주주 수익으로 환원되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호주 증시에서 전일 BHP빌리턴의 주가는 25.78호주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월에 기록한 2008년 경기침체 이후 저점인 14.21호주달러에서 82%나 오른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원자재 가격의 장기 랠리가 막 시작됐던 2011년 4월에 기록한 고점인 44.89호주달러에서는 40% 이상 빠진 수준이다.

주가를 경영 성패의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BHP빌리턴은 여전히 주가가 한참 더 올라야 주주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돌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만큼은 다를 것이다'라는 약속은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이번 만큼은 이 약속이 지켜질 수도 있을 듯하다.

우선 원자재 과잉공급과 가격 급락을 초래했던 강력한 투자 촉매 요인들이 사라졌다.

가장 최근 원자재 투자 열기를 주도했던 요인은 중국이 모든 물량을 소화할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이지만, 중국의 수요에도 한계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 기업들의 현재 경영자들은 기업 규모를 키우기보다 운영 효율성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BHP빌리턴의 앤드류 맥켄지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및 투자 성과에 전념했던 전임자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며, 비용 절감과 효율성 개선 성과를 더욱 중시하고 있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확산되는 지금, 원자재 기업들은 협상의 달인보다 효율적인 운영자를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 (클라이드 러셀 칼럼니스트)

** 본 칼럼은 개인의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 손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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