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파업에 車 불매운동까지…직원들 "같이 죽자는 거냐" 부글
적자에도 … 노조 "돈 더 달라"
본사서 파견된 임원 퇴진운동도
한국GM 노동조합이 20일 자사 브랜드 차량 불매운동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서 들여오는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등을 사지 말자는 ‘스티커’를 제작해 붙일 계획이다. 노조가 “돈을 더 달라”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막장 투쟁’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당수 직원은 “다 같이 죽자는 거냐”며 황당해하고 있다.
▶본지 9월 20일자 A1, 15면 참조
이 회사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재개 하루 만인 이날 다시 부분파업을 벌였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전면파업을 한 데 이은 추가 파업이다. 24~27일에도 부분파업을 한다.
노조는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24일부터 자사 쉐보레 브랜드 차량 불매운동에 들어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근 출시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팔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수입해 파는 차는 한국GM에 도움이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스티커를 회사 안팎에 붙이고, 불매운동 집회까지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허 카젬 사장 등 GM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인 임직원 퇴진운동도 병행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자해(自害) 행위’이기 때문이다. 미국 GM 본사는 최근 한국GM 노조의 파업이 이어지자 “한국 생산물량 일부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날렸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미국 수출용 트랙스 물량을 줄이는 대신 다른 해외 공장에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공장 안팎과 익명게시판 블라인드 등에선 노조 집행부의 과도한 투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노조가 제 발등을 찍고 있다” “임팔라(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노조 대의원들이 불매운동을 한다니 기가 찬다”는 쓴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쌍용차, 사무직 순환휴직 등 고강도 자구방안 최종 합의
적자 극복 위해 허리띠 졸라매
르노삼성·한국GM과 대조
쌍용자동차 노사가 사무직 순환휴직과 22개 복지 축소 등 고강도 자구 방안에 합의했다. 만성 적자와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한 것이다.
▶본지 9월 20일자 A15면 참조
쌍용차는 지난 19일 노조 대표와 사측 대표가 만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고 20일 발표했다. 노사는 근속 25년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6개월씩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15년 이상 같은 사업본부에서 근무한 관리직 직원은 다른 본부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휴직자는 기존 급여의 70%를 받는다. 수백명이 순환휴직 또는 보직전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쌍용차 노사는 22개 종류의 임직원 복지를 줄이거나 없애기로 했다. 명절 선물 지급과 장기근속자 포상 등은 중단한다. 의료비와 학자금 지원은 규모가 줄어든다. 추가 자구 계획도 내놓을 계획이다. 조직 축소와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 보류, 비업무용 자산 매각 등이 추후 발표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강도 쇄신책을 이른 시일 안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또 노사공동 제조품질 개선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쌍용차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누적된 적자와 판매 부진 탓이다. 올 1~8월 누적 판매량은 8만8702대로 경영난을 겪은 지난해 같은 기간(9만925대)보다 2.4% 줄었다. 2012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는 한국GM이나 르노삼성자동차와 달리 노사가 힘을 합치고 있어 공장 폐쇄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을 반복하고 자사 차량 불매 운동을 하는 한국GM 및 르노삼성 노조와 달리 쌍용차 노조는 선제적 구조조정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다.
장창민 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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