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 중독증’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확장적 재정 운용’을 강조하면서도 구조조정 등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처방보다는 땜질식 대책에 재정을 대거 투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4월 미세먼지 저감과 경기 활성화 명목으로 편성한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이 대표적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회간접자본(SOC) 공사기간 단축(6000억원), 단기 노인 일자리 등 일자리 사업 지원(6000억원) 등 선심성으로 볼 수 있는 예산이 대부분이다. SOC 예산은 총선을 겨냥한 ‘돈 풀기’라는 비판이 많다. 노인 일자리와 희망근로 등은 기간이 짧고 근로감독도 느슨해 사실상 정부가 취약계층에 용돈을 주는 사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미세먼지 추경 예산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미세먼지 마스크 250만 개를 저소득층과 야외 근로자에게 나눠주는 내용 등 일회성 지원이 포함된 게 대표적이다. 경유 화물차 운행을 줄이기 위한 보조금 감축 등 민감한 내용은 대책에 없었다. 중국발(發) 미세먼지라는 근본 원인을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정책 실패를 재정투입으로 뒤늦게 메우는 사례도 있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짜면서 실업급여 수급자를 120만 명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그 수가 131만 명으로 뛰고 올 들어서도 증가세가 계속되자 예상 수급자를 뒤늦게 131만 명으로 고치고 8000억원 규모의 추가 예산을 편성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혈세를 쓰려면 제대로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추경 예산안을 보면 재정승수(정부의 재정지출이 늘었을 때 국민소득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터무니없이 낮아 경기 부양 효과조차 거의 기대할 수 없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한국에 추경을 권고해 온 국제통화기금(IMF)도 공공부문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는 부정적이다. 대신 구조개혁 지원, 노동시장 개혁 강화, 여성·청년 고용 촉진 등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에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고 IMF는 지적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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