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 결과를 지켜본 월가의 트레이더들이 금리인하 가능성에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나섰다.
정책자들이 시장의 예상대로 ‘인내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12월까지 총 9차례의 금리인상을 끝으로 긴축 사이클을 종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블룸버그] |
3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미국 5년물과 3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57bp(1bp=0.0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지난해 3월 초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꺾이면서 만기 5년 이하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떨어졌고, 이 때문에 장단기 스프레드가 벌어진 것.
지난해 7월 20bp를 밑돌았던 스프레드는 12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이후 상승 흐름을 탔고, 이번 회의 결과가 이른바 ‘역전’을 코 앞에 두고 있던 스프레드를 더욱 벌려 놓았다.
채권 트레이더들의 금리인하 기대는 오버나잇 인덱스 스왑 거래에서도 확인됐다. 11월까지 연준의 금리인상 예상폭이 5bp를 하회한 한편 12월 이후 내년 최대 21bp까지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
투자은행(IB) 업계도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JP모간은 투자 보고서를 내고 5년물과 30년물 스프레드 플래트닝에 베팅하는 포지션의 청산을 권고한 한편 2020년 연준이 연방기금 금리를 75bp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오마이 샤리프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올해 단 한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것도 대단히 공격적인 전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비안코 리서치의 짐 비안코 대표 역시 “연준의 다음 행보는 금리인하”라며 “시기는 올해 12월이 될 수도 있고 내년 1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투자자들 사이에 중립 금리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2015년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한 연준은 지난 12월 연방기금 금리를 2.25~2.50%까지 올렸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전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가 중립 영역에 진입했고, 추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을 뒤집어 해석하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중립 금리가 0.5%라는 얘기다. 즉, 중립 수준의 실질 금리가 과거 2.0%에서 대폭 떨어진 셈이다.
아울러 실질금리가 0.5%에서 상승할 경우 미국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목표치 2.0%가 흔들릴 만큼 펀더멘털이 취약한 상태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이 연준의 비둘기파 행보에 반색하는 한편 외신들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이 ‘인내심’을 언급하기 시작한 최근 6주 사이 중립 금리를 0.5%로 판단할 만큼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갑작스러운 기조 변화가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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