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최근 1년 동안 2030세대가 빌린 돈이 133조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476조원이 넘는 전체 부채의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2030세대의 빚 절반 이상이 ‘영끌’로 집을 사는 데 쓰였다.
12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과 6대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키움·메리츠)의 담보 및 신용대출과 주식 융자 신규취급액은 476조938억원이다.
전체 대출금액 가운데 청년층인 2030세대의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지난 1년간 청년이 낸 빚은 133조8093억원에 달한다. 2022년 하반기 53조6066억원, 2023년 상반기 80조2027억원을 빌렸다. 이 가운데 집을 사기 위해 빌린 돈은 83조9492억원(주택담보대출 75조4604억원, 신용대출 8조4888억원)이다. 총부채의 60%가 넘는 수치다.
신규대출액이 늘며 연체액도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3524억원이던 2030세대의 연체액은 올해 7월까지 4940억원을 기록하며 1416억원 늘었다. 주담대 연체액은 작년 하반기 2402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3427억원으로 1025억원 증가했다. 1년 사이 증가한 연체액의 70% 이상이 주담대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39세 청년층의 1인당 가계대출 규모는 7927만원이다. 3년 전인 2020년 6월보다 16.0% 증가했다.
한은은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청년층의 1인당 주택 관련 대출 규모는 5504만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6.0% 늘었다. 40~50대 중장년층(12.0%)과 60대 이상 고령층(4.0%)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빠른 속도다.
전세자금대출이 확대되고 대출 접근성이 개선되자 청년층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등에 힘입어 주담대를 활용한 실거주용 주택 구입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시기 부동산 호황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누적 자산이 적은 청년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주택 매매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고금리 상황에서도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682조3294억원으로 680조8120억원을 기록했던 8월 말보다 1조5174억원 늘었다.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다. 9월 말 주담대 잔액은 517조8588억원으로 한 달 새 2조8591억원(0.5%) 늘었다. 지난 2021년 10월(3조7989억원)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심상치 않은 가계대출 증가세에 금융당국도 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며 집중 관리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매주 금요일 5대 은행 부장단과 가계대출 동향 점검 회의를 열고 가계부채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발맞춰 주요 시중은행도 주담대를 비롯해 각종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이달 11일 각 영업점에 이날부터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를 0.1%포인트(p), 신규 코픽스와 신잔액코픽스 기준 변동금리(6개월 신규)를 0.2%포인트(p) 올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우리은행도 13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p) 올리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0.3%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이달 1일부터 비대면으로 주담대를 신청하는 소비자에게 주던 금리 감면 혜택을 15bp(베이시스포인트·1bp는 0.01%포인트) 축소해 사실상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신한은행도 내부적으로 대출금리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1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정책적으로 가계대출 총량은 어느 정도 규제와 관리를 하지만 부동산이 폭락하면 서민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보며 미세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