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두 번째)와 김주현 금융위원장(첫 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3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첫머리 발언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지난해 고금리와 고물가로 가계와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이자수익 확대에 힘입어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금융권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사실상 경고했을 정도다.
은행권이 그동안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최근 기준금리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강경 기조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30일 “서민에 대한 금융 지원 대책들이 원만하게 이뤄진 것으로 평가한다”며 올해엔 금융산업 육성에도 힘을 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민관 금융권 수장들 참석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청와대 영빈관에서 금융권 대토론회 형식으로 금융위원회 신년 업무보고를 받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뿐 아니라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경제당국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등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교수·연구위원 등 전문가 그룹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작년에 원유를 비롯한 공급망 교란으로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글로벌 고금리 때문에 경제가 이중고로 매우 힘들었다”며 “국민들께서도 많이 고통을 감내하셨지만 어쨌든 파국을 면해가면서 거시적 안정화와 산업·실물면에 대한 적기 금융 지원, 서민에 대한 금융 지원 대책들이 그래도 원만하게 이뤄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금융산업이 고수익을 창출하고 미래 세대에도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 육성 정책까지 아울러서 오늘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은행권이 기준금리가 올라가는 와중에도 대출금리를 내리고 중도상환수수료를 없애는 한편 5대 금융지주가 자금경색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95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선 점 등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대출 규제 추가 완화 가능성금융위의 이날 업무보고 내용 중에도 금융산업 육성 관련 비중이 작지 않았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비금융 업종 자회사 출자 규제를 완화하고 부수업무 영위를 허용하겠다고 보고했다.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국민은행의 리브엠(알뜰폰)이나 신한은행의 땡겨요(배달 앱) 같은 금융사의 이종(異種)사업 진출을 한층 가속화하겠다는 얘기다. 보험업계의 숙원 사항인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도 신년 과제에 포함됐다. 또 핀테크 지원 확대, 자본시장 선진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오는 3월부터 다주택자 등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기로 한 데 이어 추가 대출 규제 완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등록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높이거나 1주택자의 LTV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취약계층 지원도 강화한다. 가령 신용평점이 하위 20% 이하면서 연소득이 3500만원을 넘지 않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는 긴급 생계비 대출을 도입한다. 자영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연 7% 이상 금리의 대출을 연 6.5% 이하로 바꿔주는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대상에 기존 사업자대출뿐 아니라 일정 한도의 가계대출도 포함하기로 했다. 소상공인들이 사업 용도로 가계대출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다.
이인혁/오형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자영업자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에 가계대출도 포함
3월 말부터 다주택자 주담대 허용…캠코, '부실 PF 매입'...
대출 갈아탈 때 기존 시점 DSR 적용…전세대출 보증 대상 확대
김주현 "내년 취약계층 고통 클 것…버틸 수 있도록 돕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