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년6개월 만에 1390원을 넘어섰다. 지난 7일 연고점을 기록한 지 3거래일 만에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발(發) 물가 쇼크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원·달러 환율은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17원30전 오른 1390원90전에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30일(1391원50전) 후 최고치다. 7일 기록한 연고점(1384원20전)을 3거래일 만에 경신한 것으로, 이달 들어서만 53원이나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원40전 오른 1393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오후 들어 잠시 1389원으로 내리기도 했지만 이후 내내 1390원대에서 움직였다.
간밤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것이란 공포가 퍼졌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는 8월 CPI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8.0%)를 크게 웃돈 수치였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가 일축됐다”며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Fed가 한동안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Fed가 오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후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0%에서 36%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1400원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9월 FOMC 결과에 따라 1450원 터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56% 내린 2411.42에 장을 마쳤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닛케이225)는 2.78%,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80%, 홍콩 항셍지수는 2.36% 떨어졌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49%포인트 오른 연 3.585%에 마감했다.
조미현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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