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재정건전화를 위해 정부에 5000억원 규모의 증자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자동이체 요금할인제를 폐지해 5년간 약 1조원을 아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건물의 전기계량기와 가스계량기. 한경DB 한국전력이 다음달 전기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재무위기 극복 방안을 추진한다. 2026년까지 5년간 소비자 할인 혜택을 1조원가량 줄이는 등 총 14조2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자산재평가 등 장부상 수치만 개선하는 방식까지 총동원한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과 석탄발전소 추가 가동 등 추진 과정에서 여론 반발이나 논란이 벌어질 수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한전 적자 27.2조한국경제신문이 4일 입수한 한전의 ‘2022~2026년 재정건전화 계획’에 따르면 올해 한전의 적자는 27조2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상반기에만 14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한전이 하반기에도 사상 최악의 적자 늪에 빠진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이용료가 구조적으로 늘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국제 에너지값이 급등한 결과다. 더욱이 지난 정부가 전기료를 제때 올리지 않으면서 한전이 모든 비용 부담을 떠안았다. 지난 1일 전력도매가격(SMP)이 역대 최고치인 ㎾h당 229.02원을 기록한 반면 전력판매비는 ㎾h당 110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전은 당장 다음달 기준연료비를 ㎾h당 4.9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추가 인상해야 한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또 재무 정상화를 위해선 내년부터 연료비를 반영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14.2조 자구안…소비자 혜택도 축소이 밖에도 한전은 고강도 자구안을 통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간 14조2501억원 규모의 재무 건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자회사인 한전기술의 경영권 확보 외 잔여지분 14.77%를 매각한다. 특허관리회사인 인텔렉추어, 전기차 충전사인 한국전기차충전 등 비주력사 지분 매각도 추진한다. 15개 사옥과 11개 부지 등 부동산 매각으로 5787억원(장부가 초과금액)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장부가 6조2175억원 규모의 보유 토지는 자산 재평가를 통해 약 7조407억원의 재평가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한전은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 할인 혜택을 줄이고 투자 지출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자동이체 고객에게 1%(1000원 한도)의 전기료를 깎아주던 할인 제도를 내년 6월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2492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 사용 해지 후 재사용할 때 내는 수수료도 올린다. 이 밖에 서남권 해상풍력 확산사업과 송·변전 공사 착공 시점을 늦추고, 배전 지중화 사업 20%를 축소해 5년간 2조4765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발전자회사 ‘신재생 다이어트’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은 지난 정부에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신재생 분야에서 비용 ‘다이어트’를 추진한다. 한국동서발전은 기존에 계획된 신재생사업 취소(5031억원)와 사업 규모 축소(2020억원)를 통해 총 7051억원을 절감할 계획이다. 한국서부발전은 태양광(1건)·연료전지(2건) 등 신재생 사업 철회 및 사업방식 변경(1704억원)과 지분투자 축소(3870억원) 등으로 총 5574억원의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의 재무 건전화 방안에는 난항도 예상된다.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과 민심 이반의 부담이 뒤따른다. 전력구매비를 낮추기 위한 석탄발전소 추가 가동은 정부 내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조환익 전 한전 사장은 “잘못된 에너지 정책의 비용을 장기간 국민이 부담해야 할 상황이어서 재무 건전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
가스公, 혈세 5000억 SOS…한전, 1조 소비자...
빚더미 가스公, 내년엔 미수금 12.6조로 치솟아
정부, 천연가스 수급 매주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