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부산 남구 용당부두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7%를 기록했지만 수출은 3.1% 줄었다고 발표했다. 뉴스1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대규모 재정 집행으로 민간 소비와 정부 소비가 늘어나면서 예상보다 선방했다. 하지만 수출이 1년 만에 뒷걸음질쳤고 설비투자가 감소한 데다 세계 경제도 둔화하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한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0.7% 성장(속보치)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분기별로 보면 2020년 3분기 이후 8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이 이어졌다.
부문별로는 코로나19 방역이 완화하면서 민간 소비가 3.0% 늘었다. 정부 소비는 건강보험 지출이 급증하면서 1.1% 증가했다. 건설 투자는 0.6% 늘었다. 기업 설비투자는 1.0% 감소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도 마이너스였다. 수출은 올해 1분기까지 경제를 떠받쳤지만 2분기엔 3.1% 감소했다. 2020년 2분기(-14.5%) 후 가장 낮은 수치다.
2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 소비와 정부 소비의 기여도는 각각 1.4%포인트와 0.2%포인트였다.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1.1%포인트였다. 민간 소비와 정부 소비가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수출 감소가 성장을 갉아먹은 것이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0% 감소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화학제품 가격보다 원유, 석탄 등 수입품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는 등 교역 조건이 악화한 탓이다. 하반기 경제 전망은 어둡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높은 물가 오름세, 주요국 성장세 둔화 등의 영향과 수출을 둘러싼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악화하고 있어 하반기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소비로 가까스로 버틴 경제
방역 완화 덕에 소비 늘었지만…수출 1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국 경제가 올 2분기에 0.7% 성장(전분기 대비)한 것은 민간 소비와 정부 소비 등 내수가 버텨줬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과 미래 성장을 위한 설비투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0.3~0.5% 성장)를 웃돌았지만 하반기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고물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가 큰 데다 정부의 재정 지출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 여건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경제 상황은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비스 중심 소비 확대올해 2분기 성장을 이끈 민간 소비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덕을 봤다. 민간 소비는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와 서비스 소비가 늘어 3.0%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3.3%) 후 가장 높은 수치다.
산업별로 보면, 대면 활동이 늘면서 서비스업 성장률이 1.8%에 달했다. 건설업도 0.2% 증가했다. 반면 농림어업(-6.4%), 제조업(-1.1%)은 부진했다.
전분기 0%였던 정부 소비는 올해 2분기 1.1%를 기록하면서 성장에 기여했다. 이는 지난 3월부터 중증 퇴행성 척추 질환자 등에 대한 자기공명영상(MRI)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건강보험 지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中 봉쇄 타격 받은 수출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은 1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해 2분기 수출은 3.1% 감소했다. 분기 수출이 역성장한 건 지난해 2분기(-0.7%) 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2분기(-14.5%)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의 경우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영향으로 화학제품과 1차 금속제품 등 대중(對中)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등이 줄어 0.8% 감소했다.
2분기 성장률(0.7%)에서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였다. 내수(기여도 1.8%포인트)가 버텨주지 않았다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는 게 불가피했다. 주체별로는 민간이 0.4%포인트, 정부가 0.3%포인트 성장에 기여했다. ○불투명한 하반기하반기는 더욱 불투명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성장률이 올해 목표(5.5%)에 미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경기가 꺾이면 하반기 수출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하반기에 본격화되면서 소비 여력도 많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과 소비 둔화로 올 3분기부터 침체가 시작돼 내년 2분기까지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KB증권은 “2분기엔 호조를 보였지만 3분기에 (경기가) 둔화한 후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엔 비교적 선방했지만 하반기엔 경기 침체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전분기 대비 0.3% 이상 성장하면 지난 5월 내놓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2.7%)를 달성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0.3% 성장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미 지난 13일 올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올해 성장률은 2%대 중반이 유지되고, 내년에는 2%대 초반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3분기와 4분기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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