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시중은행이 줄줄이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이날 서울 명동의 한 시중은행 지점을 찾은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허문찬 기자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서면서 1752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불어난 이자만 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금리 상승세가 빨라지면서 자산시장에 뛰어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의 대출이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져온 대출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책이 종료되면 숨어 있던 부실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담대·신용대출금리 ‘껑충’기준금리가 8년 만에 연 2%를 돌파하면서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경고 이후 연 6% 수준으로 내려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다시 연 7%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대출금리가 연 7%에 이르면 주담대(30년 만기·원리금 균등상환 방식) 4억원을 연 3% 금리로 빌린 사람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168만원에서 266만원으로 늘어난다.
신용대출 금리도 5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 5월 기준 연 5.78%로 2014년 1월(연 5.85%) 이후 8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연 7~8%까지 치솟았다. 하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따라 신용대출 금리가 연 9%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금융권 건전성 훼손 우려도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때마다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1000원씩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연 0.5%에서 연 2.25%로 1.75% 포인트 인상된 것을 감안하면 1인당 연간 이자 증가액은 11개월 새 112만7000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5억원 규모의 변동금리 주담대를 받은 경우 이번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지난해 대비 월 73만원 늘어난다.
한은의 올해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는 세 차례(8·10·11월)다. 국내외 주요 기관은 한은이 세 번의 금통위가 열릴 때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해 연말엔 기준금리를 연 3%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올해 말엔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1만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점도 가계부채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5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형 비중은 77.7%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번 빅스텝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폭(0.50%)이 대출금리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할 때 한은이 집계한 지난 3월 기준 가계대출 총액(1752조7000억원)에 변동금리 비중(77.7%)을 곱하면 전체 가계대출 이자 증가액은 6조8092억원에 이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금리가 급등하면 채무불이행 가구가 늘어나고 장기화할 경우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건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작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는 오는 10월부터는 부실 대출이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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