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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90시간 굴려도 괜찮네'…머스크는 '솔로 공대남'만 뽑았다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입력: 2022- 06- 11- 오후 03:30
© Reuters '주 90시간 굴려도 괜찮네'…머스크는 '솔로 공대남'만 뽑았다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TS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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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NASDAQ:TSLA) CEO /사진=한경DB

“사무실에 안 나올 거면 테슬라를 떠나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31일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트위터에 유출돼 큰 논란을 불렀습니다. 이메일은 “원격 근무하려면 최소 주 40시간을 사무실에서 일해야 한다”며 “그게 아니면 퇴사로 간주하겠다”고 적시했습니다. 애플 (NASDAQ:AAPL), 구글 등 미국의 많은 빅테크 기업은 여전히 출퇴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근을 강요하자니 인재들이 줄사퇴하는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머스크는 오히려 보란 듯이 한술 더 떴습니다. 지난 2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경제에 대해 극도로 나쁜 예감(super bad feeling)이 든다”며 “테슬라 직원을 10% 줄여야 한다”고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이 발언의 여파로 다음날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9% 넘게 급락합니다. 시장의 반응에 움찔했던 걸까요. 그는 “전체 직원 수는 향후 1년간 증가하겠지만 사무직 인원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수습하는 듯한 트윗을 올립니다. 머스크가 지난 5월 테슬라 간부들에게 보낸 이메일.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려면 사무실에서 최소 주 40시간을 근무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머스크는 CEO보다 장군에 가깝다”노동 유연성이 높은 미국에서도 해고는 껄끄러운 이슈입니다. 이메일 유출이 발단이었지만 SNS에서 해고 논란을 키운 건 머스크였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말다툼을 벌이는 듯한 상황까지 연출했습니다) 이처럼 정리해고를 서슴지 않고 말하는 CEO. 21세기 스티브 잡스에 버금가는 혁신가로 평가받는 이 남자는 사내에선 어떤 리더일까요. 그는 민간 로켓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포함해 9개 기업을 창업 또는 인수했습니다. '25년 베테랑 CEO' 머스크는 어떤 인재를 선호할까요.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의 작가 애슐리 반스는 “머스크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CEO보다 장군에 가깝다고 말한다”고 전합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에 필요한 인재라면 누구라도 채용했고 본인이 원하는 ‘엔지니어 군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부하들을 격려하고 공감해주며 능력을 끌어내는 ‘덕장’이 아닙니다. 무지막지한 일을 던져주고 “넌 이것밖에 못해!”라고 고함을 치며 상대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악마 보스’입니다. 설사 일을 해내더라도 끝이 아닙니다. “더욱 탁월하게 많이 일하라”고 가차 없이 직원들을 밀어붙였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 앨토에 있는 테슬라 사옥. 테슬라는 지난해 본사를 이곳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옮겼다.

“화성으로 가겠다, 함께해달라”머스크는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습니다. 열 살 때 코딩을 배웠고 12세에 ‘블래스터’라는 컴퓨터 게임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물리학 학위를 땄고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응용물리학 박사까지 하려고 했습니다. 20대에 창업했던 집투(Zip2)와 엑스닷컴이 모두 성공해 큰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요하리만큼 본인처럼 똑똑한 인재를 원했습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명문 대학에서 최고 성적을 낸 학생을 집중적으로 채용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대(테슬라 팰로 앨토에 있는 테슬라 본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입니다),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등의 학생이 주된 타깃이었습니다. 특히 로봇 제작대회 입상자나 특이한 자동차를 만든 사람을 찾았습니다. 어느 회사나 탐내는 인재들입니다.

머스크의 두 회사 모두 초기엔 애플이나 구글 같은 빅테크에 준하는 연봉을 맞춰주기 어려웠습니다(작년에도 테슬라의 임직원 연봉 중간값은 S&P500 상장사 톱10에 들지 못했습니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초봉은 대략 10만달러, 구글 등 빅테크 엔지니어는 15만달러 선입니다). 머스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언젠가 화성으로 가겠다, 함께해달라”는 황당한 비전뿐이었습니다. 그의 눈빛에 반했던 걸까요. 열정적인 20대 젊은이들에게 머스크의 말은 마법처럼 먹혀들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호손에 있는 스페이스X 본사. /사진=AFP

군말 없이 야근할 ‘너드남’만 뽑아머스크는 특히 공과대학을 갓 졸업하고 부양할 가족이 없는 남학생을 선호했습니다. 여자친구도 없이 공부와 연구에만 푹 빠진 남자. 요즘 말로 ‘너드남’입니다. 스페이스X 초창기였던 2003년 합류한 인쇄회로기판 설계자 필 카수프가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그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레바논에서 자랐고 가족과 떨어져 홀로 미국으로 유학을 왔습니다. 카수프는 똑똑했지만, 하버드대나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 갈 학비가 없었고 USC에서 주는 전액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그를 직접 면접한 머스크는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단번에 비범함을 알아챕니다. 그가 겨우 스물한살이었고 대학도 졸업하기 전이었다는 점은 머스크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에릭 버거 《리프트오프》).

‘혁신가’ 머스크와 함께 일한다는 떨림은 잠시뿐. 직원들은 장시간 살인적인 업무를 해내야 했습니다. 초기 스페이스X는 근무 시간이 주당 80~90시간이었습니다. 회사가 사실상 집이었던 셈입니다. 당연히 입사 몇 달 만에 그만두는 직원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업무 외에 다른 볼일이 없고, 언제 퇴근하냐고 묻지 않는 사람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인재 채용 담당자였던 돌리 싱은 면접자들에게 대놓고 말했습니다. “스페이스X는 특수 부대입니다. 힘든 업무를 감당하지 못할 사람은 올 필요가 없습니다”

로켓 부품의 기계가공 업무로 합류한 밥 레이건은 장발에 귀걸이를 하고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를 타는 무뚝뚝한 남자였습니다. 스페이스X 직원들은 레이건을 영입하고 싶었지만, 그의 ‘힙한’ 차림새를 머스크가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었습니다. 머스크는 그가 뭘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저 군말 없이 밤낮으로 일하는 레이건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출근 한 달 만에 머스크는 레이건을 자신의 맥라렌 F1 스포츠카에 태우고 점심을 먹으러 다녔습니다. “다들 자네를 칭찬하던데, 이렇게 훌륭한 인재인 줄은 몰랐네” (에릭 버거 《리프트오프》) 테슬라 공장 앞에서 모델3와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은 직원들. /사진=테슬라

‘천재 CEO’ 밑에서 일한다는 것부하들을 달달 볶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여타의 리더였다면 지금의 테슬라는 없었을 겁니다. 전·현직 직원들 대부분 머스크를 존경했습니다. 그는 CEO였지만 모든 분야에 박식했고 박사급 이상으로 기술에 정통했습니다. 공장에서 새우잠을 자고 손에 기름을 묻히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젊은 엔지니어들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기술 회의를 밤늦게까지 열었습니다.

직원들이 뭔가 필요하면 머스크는 수표를 썼습니다. 그는 현장에서 즉시 결정했고 이후엔 그 어떤 보고서나 위원회도 필요 없었습니다. 바로 돈이 입금되니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보잉이나 록히드 같은 보수적인 대기업에서 이직해온 직원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경제적인 만족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장외시장) 주가의 폭발적인 상승은 자사주와 스톡옵션을 가진 직원들의 충성심을 고취했습니다. 테슬라 주식은 2010년 나스닥 상장 이후 주가가 189배(2022년 6월9일 종가 기준) 올랐습니다.

머스크에게 최악의 직원은 “그 일은 도저히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면 자네는 프로젝트에서 빠지게. 내가 자네 몫까지 하면서 두 회사의 CEO를 할 테니까”(애슐리 반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천재의 밑에서 일한다는 건 보통의 ‘멘탈’로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 2편에 계속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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