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거인이 깨어나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말 국내 증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금리 급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팔아치울 때도 개인투자자는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수가 연일 급락하자 거래대금은 줄어들고, 개인 순매수 금액은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었던 지난 1월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9월 개인 순매수 급감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순매수 규모는 2조7430억원으로 집계됐다.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으로 개인투자자가 폭발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던 1월 개인 순매수 규모는 22조3484억원에 달했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코스피지수가 짓눌렸던 3월에도 개인투자자는 저가매수에 나서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940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루평균 거래대금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9월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24조9550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다.
지난 6일 코스피지수는 2908.31까지 하락하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1월부터 주식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는 평균적으로 손실 구간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상반기 같으면 저가 매수에 나섰을 개인투자자가 지금은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이다. 2900선까지 급락한 코스피지수가 7일 1.76% 반등하자 개인들은 오히려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날 개인투자자는 500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추가 매수를 위한 환경도 좋지 않다. 대부분 증권사에서 신용공여 규모가 한도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국내외 금리 상승과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규제 강화 조치, 증권사의 신용 공여 한도 소진을 감안하면 개인 자금이 증시로 새로 유입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자산 가격은 빠지는데 유동성은 전방위로 조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당수의 투자자가 수익률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한 상황에서 버틸 여력이 없는 ‘빚투(빚내서 투자)’ 투자자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주식을 정리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2900선까지 떨어지면서 반대매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하루 반대매매 규모는 316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9.2%까지 뛰었다. 반대매매는 개인이 증권사에 외상거래로 주식을 사들였지만 이를 기간 내에 갚지 못해 증권사가 계좌에 있는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 예탁금 규모는 늘어나그렇다고 개인투자자가 주식 시장을 떠난 것은 아니다. 5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 규모는 70조8794억원으로 오히려 전달보다 늘어났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국내주식전략팀장은 “지수가 하락하면서 개인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지만, 여전히 주식 시장 외에 투자 대안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는 전통적으로 ‘기관 주도 장세’로 변화하는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주주 양도세 문제로 연말이 되면 개인투자자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온다는 것이다. 대신 기관투자가는 배당을 위한 투자 수요가 살아 있다.
노동길 팀장은 “4분기에는 코스피200 중심의 기관 매수세가 예상된다”며 “반도체, 자동차 등 공급 차질 영향이 컸던 수출주와 ‘위드 코로나’ 관련주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소형주 랠리가 이어지면서 대형주 수급이 비어 있는 상황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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