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와 백금 가격이 각각 10년, 6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영향에서 차츰 벗어나는 데다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원자재가 주목받고 있어서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 뉴딜’ 추진에 나선 것도 구리와 백금 가격을 끌어올렸다. 두 광물이 청정에너지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됐다. ○경기 회복으로 수급 불균형 심화지난달 25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현물 가격은 t당 9614.50달러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 기준 백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291.10달러로 2015년 이후 6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구리는 경제학자보다 실물경기를 더 잘 예측한다는 이유로 ‘닥터 코퍼(Dr. Copper)’라고 불린다. 구리는 건설 전기 전자 등 산업 전반에서 사용된다. 경기 변동에 따라 구리의 수요와 가격이 움직인다. 코로나19로 망가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미국의 재정지출 공약과 중국의 제조업 회복 움직임이 맞물려 구리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에도 구리는 필수적인 원자재다. 전기차 생산을 비롯해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및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한 대에 쓰이는 구리는 90㎏으로 내연기관차(15㎏)의 여섯 배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구리의 12개월 목표치를 t당 1만500달러로 높였다. ○친환경 시대에 대한 기대까지
백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백금 수요의 약 40%는 자동차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팔라듐, 로듐과 함께 백금은 자동차 유독가스 배출을 줄이는 자동 배기 시스템의 일부인 촉매 변환기에 사용된다. 배기가스 기준이 강화된다는 건 더 많은 금속이 필요해짐을 의미한다. 10년 전 백금 가격이 급등했던 배경이다.
친환경차 시대에는 더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연료전지에도 백금이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수소전기차에 쓰이는 백금 수요가 디젤차와 비교해 네 배 이상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공급이 제한됐다는 점이다. 세계백금투자협회(WPIC)는 올해 백금 수요가 공급보다 120만 온스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백금은 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되는데 코로나19로 채굴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린 원자재’에 투자하려면
지금의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장기간 ‘슈퍼사이클’로 이어질 것이냐, 단기 수급 불균형에 그칠 것이냐를 두고는 월스트리트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4일 원자재 슈퍼사이클에 대한 전망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구리 가격 급등은 중국이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건설을 확대한 데서 비롯됐는데, 지금 그때와 비슷한 규모의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WSJ는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구리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빠르게 급등한 원자재 가격에서 투기적 자금이 증발하고 나면 그만큼 빨리 꺾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 슈퍼사이클을 믿는 투자자라면 원자재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투자하면 된다. 국내 구리 관련 ETF로는 TIGER 구리실물과 KODEX 구리선물(H) ETF가 있다. 변동성을 줄이려면 하나의 상품에 투자하기보다 주요 산업금속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TIGER 금속선물(H) ETF는 구리와 알루미늄, 니켈 등에 투자한다.
CNBC는 백금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Aberdeen Standard Platinum Shares ETF(PPLT) △GraniteShares Platinum Trust(PLTM) △iPath Series B Bloomberg Platinum Subindex Total Return ETN(PGM) 등을 추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이 ‘TRUE 플래티넘(백금)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을 상장시켰다. 플래티넘 ETN으로는 국내 최초 상장이다. 플래티넘 선물 상승과 하락을 1배수로 추종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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