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일정을 앞당겨 기업공개(IPO)에 나서기로 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패권 확보를 위해 조기에 자금을 조달해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IPO 일정은 당초 시장 예상보다 몇 달 앞당겨졌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진 상황에서 신속한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를 통해 확보하는 약 10조원의 자금으로 미국 유럽 중국 등 전기차 시장의 최전선에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중국 CATL을 따돌리고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배터리 생산능력 30% 증가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배터리 생산능력은 156GWh(기가와트시)로 작년(120GWh)보다 30%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테슬라 (NASDAQ:TSLA) ‘모델Y’를 비롯해 폭스바겐 ‘ID.4’, 포드 ‘머스탱 마하-E’ 등 LG 배터리를 사용하는 굵직한 신차 모델이 줄줄이 출시되는 영향이다. 늘어나는 수주 물량에 맞춰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 260GWh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서둘러 IPO 작업을 시작한 것도 계획 달성을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 가치가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IPO를 통해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CATL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CATL이 24.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22.6%)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10월까지만 해도 LG가 1위였지만 중국 내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CATL이 역전했다.
자동차와 배터리업계에서는 당분간 LG화학 (KS:051910), CATL, 파나소닉,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5개 회사가 과점 시장을 형성하는 가운데 ‘양강’인 LG와 CATL의 치열한 선두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산업은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공장 증설, 고성능 제품 생산을 위한 R&D 등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K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력도 결국 자금 조달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 급성장 기대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유럽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작년 국내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각각 143%, 239%, 72% 늘었다. CATL(3.1%)과 파나소닉(-8.5%)을 압도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한 수혜를 누렸다. 작년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129만 대로 전년보다 약 2배 급증했다. 유럽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만 70%에 달할 정도로 국내 업체들이 지배하고 있는 시장이다.
올해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곧 임기를 시작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업계에서는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은 테슬라의 영향력이 막강했지만 올해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전기차 10종이 새로 출시될 예정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과 강력한 규제 영향으로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진입하기 어렵다”며 “파나소닉은 테슬라에만 집중하고 있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최만수/전예진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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