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골프를 치다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패배 소식을 7일 오전(현지시간) 골프를 치던 도중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자는 자신이라며 “끝까지 가겠다”고 선언했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 도착했다. 자신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문구가 새겨진 흰색 모자를 쓴 차림이었다.
‘골프광’인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유세 일정 등을 소화하느라 한동안 골프장을 찾지 못했다. 이날 골프 파트너가 누구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언론들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소식을 오전 11시~낮 12시 쏟아낸 것을 감안할 때 트럼프는 골프를 치다가 패배 소식을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시간 골프장 바깥에선 양 후보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대선 결과에 불복할 뜻을 분명히 한 트럼프가 끝까지 버틸 경우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될지도 관심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6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서 지고도 백악관을 떠나지 않으면 군대가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달 6일 성명에선 “정부는 백악관에서 무단 침입자를 데리고 나올 능력이 충분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수정헌법 20조에 따라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일은 내년 1월 20일 낮 12시로 명시돼 있다. 이 시간 이후엔 군 통수권을 포함한 모든 권한이 당선인에게 자동 이양되기 때문에 트럼프를 무단 침입자에 준해 대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군대가 직접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문제에 있어 군대는 어떤 역할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를 거부하면 경호국이나 연방수사국(FBI)이 나설 수도 있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월요일(9일)부터 적법한 승자가 취임할 수 있도록 소송을 추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대선은 개표 결과 승자가 정해지면 패자가 승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승패가 확정되지만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승복하지 않고 소송전에 들어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올해 대선은 각 주가 개표 결과에 따라 12월 8일까지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하는데 개표 결과를 둘러싼 소송이 끝나지 않으면 선거인단 확정이 안 될 수 있다. 이 경우 각 주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선거인단을 정하고 이렇게 정해진 선거인단이 12월 14일 모여 대통령을 뽑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각 주의 분란 등으로 어떤 후보자도 선거인단 과반(270명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연방 하원이 대통령을, 연방 상원이 부통령을 선출한다. 연방 하원이 대통령을 뽑을 때는 각 주가 한 명의 대표만 뽑기 때문에 50개 주 대표 중 과반인 26명을 확보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주의 선거 결과가 중요해질 수 있다. 실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면 미국 사회가 극심한 혼란과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승복할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승복 문제를 의논하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간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대통령의 아들들은 불복 소송전을 하자고 하지만, 자연스럽게 정권을 이양하는 모양새를 갖추자고 요구하는 측근도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조재길/워싱턴=주용석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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