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 왼쪽)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2명이 오른 결선에 진출했다. 이로써 유 본부장은 WTO 수장 자리를 놓고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오른쪽)과 맞붙게 됐다. WTO는 관련 협의 절차를 진행해 11월 7일 전 최종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청와대는 8일 WTO 사무국이 유 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 등 2명을 차기 사무총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WTO 사무총장 선출은 몇 차례 라운드(단계)를 거쳐 후보자를 추려나가는 방식으로 한다. 이번 사무총장 선출은 3라운드에 걸쳐 진행한다. 유 본부장은 다섯 명의 후보가 오른 2라운드에서 세 명을 따돌리고 결선인 3라운드에 진출했다.
무엇보다 유 본부장의 결선 진출은 당초 유력 후보였던 케냐의 아미나 무함마드 후보를 꺾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함마드 후보는 여성 최초로 WTO 최고정책결정회의인 각료회의 의장 및 총회 의장을 지낸 경력 등을 바탕으로 최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유럽연합(EU) 회원국 대사들이 지난 5일 무함마드 후보가 아니라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한다고 발표하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백중세란 분석이 많다. 윌리엄 라인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두 후보 모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 격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콘조-이웰라 후보의 강점은 화려한 경력과 정치력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뒤 세계은행에서 25년을 근무하며 전무 직위까지 올랐다.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시절인 2012년에는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총재직을 두고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이 없었기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가 오콘조-이웰라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은 것은 유 본부장에게 불리한 요소다. 아시아는 2002년 태국 출신 사무총장을 배출한 적이 있다. 중국도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 본부장이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어온 전문가라는 것은 강점이다.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국제 개발과 거시경제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고 통상 업무를 맡은 이력이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의 WTO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미국·EU가 유 본부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유 본부장의 결선 진출과 관련해 “여기까지 온 이상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정부에 당부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결선 진출에는 유 본부장의 노력과 더불어 문 대통령이 35개 나라에 친서를 보내고 5개국 정상들과 통화하면서 지지를 호소한 영향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WTO 사무국은 결선 관련 절차를 이달 하순부터 다음달 6일까지 진행해 최종 결론을 11월 7일 전 낼 계획이다.
성수영/강영연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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