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지난달 한우값이 급등했다. 사람들은 ‘공돈’이 생기자 한우부터 사고 봤다. 유통업계는 ‘한우 특수’를 누렸다. 하나로마트, 동네 식자재마트, 정육점 등이 특히 그랬다. 하지만 이 특수에서 소외된 유통사들이 있었다.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이다. 재난지원금을 이곳에선 쓸 수 없다. 한우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도 팔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들 기업이 사람들을 오게 할 방법은 하나였다. ‘가격 할인’이다.
○대형마트들, 경쟁적으로 한우 할인
이마트는 4일부터 10일까지 1주일간 한우 행사를 한다. 가격을 30~40% 낮췄다. 특정 행사 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조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카드 종류가 많아 웬만한 것은 다 된다. 삼성·KB국민·신한·현대·NH농협·우리·씨티 등이다. KB국민은 기본 30%에 10% 추가 할인이 들어간다. 최대 할인가를 적용하면 한우 등심 ‘1+’등급이 100g에 7620원이다. 원래는 이마트에서 1만2700원에 팔던 것이다. 한우 국거리와 불고기도 ‘1+’등급이 100g에 기존 6700원에서 4020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이마트는 행사 기간 호주산 소고기도 저렴하게 내놓는다. ‘달링다운 와규’를 행사 카드로 구매 시 30% 세일한다.
롯데마트도 한우 할인 행사에 동참했다. 4~7일 나흘간 한우 1등급과 1+등급 등심 부위를 최대 50% 할인한다. 물론 여기도 조건이 있다. 롯데의 통합 멤버십 롯데멤버십 회원이어야 한다. 결제는 행사 신용카드(롯데·신한·KB국민·NH농협)로 해야 한다. 번거롭긴 하지만 천정부지로 가격이 뛴 한우를 ‘반값’에 먹을 수 있다. 1등급 등심 100g을 5470원에 판다.
롯데마트는 4~10일 캐나다 랍스터 행사도 한다. 내놓을 때마다 금세 품절난 상품이다. 1만2400원 하던 랍스터(중량 450g)를 1만원 미만에 구매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 비행기로 오는 것이어서 얼리지 않은 냉장 상태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 중인 온라인몰 G9은 한우 산지로 유명한 경북 안동 한우 판매에 나섰다. 오는 8일까지 구매 예약을 받은 뒤, 바로 도축해서 일괄 배송해준다. 가장 신선한 상태의 한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맛 없으면 100% 반품을 받아준다”며 자신감도 내보였다. 유료회원 ‘스마일클럽’에 가입한 사람은 10%, 일반 회원은 7% 할인쿠폰을 붙여 준다. NH농협 카드로 결제하면 15%짜리 할인쿠폰이 나온다.
이 밖에 홈플러스가 4~10일 멤버십 회원을 상대로 1등급 이상 한우 국거리와 불고기를 30% 할인 판매하고, AK플라자는 5일 1등급 한우 총 300㎏ 분량을 100g당 6600원에 내놓기로 했다.
○유통사 마진 일부 포기
대형마트는 대량 구매, 카드사와 비용 분담, 마진 일부 포기 등의 방법을 동원해 가격을 낮췄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를 위해 한 번에 70t 분량의 한우를 구매했다. 평소 2~3주치 물량을 1주일에 쏟아부었다. 이렇게 하면 값을 3~5%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 카드사들과 함께 마케팅 비용을 더 쓴 영향도 있다. 카드 할인 행사는 카드사와 유통사가 그 비용을 분담한다. 카드사는 자사 카드를 더 많이 쓸 수 있게 하고, 유통사는 사람들을 매장을 불러 모아 양측 모두 ‘원윈’할 수 있는 전략이다.
유통사가 챙기는 마진을 일부 포기한 것도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가 매장에 소고기를 사러 왔다가 다른 것도 구매하면 소고기에서 굳이 이익을 남기지 않아도 된다”며 “사실상 마진을 포기하고 집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 할인행사에 나서는 이들 유통사는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매장에선 한우가 비싸게 팔린다”고 주장한다. “굳이 저렴하게 팔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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