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영국 다국적 에너지 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신임 대표이사가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정점의 시기에 이미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COVID-19) 사태는 이 같은 시점이 도래하는 것을 촉진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버나드 루니 신임 BP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행 중단과 봉쇄 조치로 석유 수요가 종전의 하루 약 1억배럴에서 3분의 1가량 감소한 점을 언급, "이는 향후 수 년간 석유 업계가 해결할 과제들의 무게를 늘린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의 필요성을 줄이고 원격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사용은 미래에도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석유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루니 CEO는 또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겠다"며 , 지금은 '피크 오일'(석유 수요 정점)의 시기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지난해 BP는 앞으로 10년 간 소비 석유가 증가한 뒤 2030년 대에는 정체 상태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석유 업계는 코로나19발 수요 급감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또는 얼마나 많은 감소분이 줄어든채로 영구화할지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FT는 전했다.
BP는 사업의 많은 부분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1분기 BP는 국제 유가 급락으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6% 급감했다고 발표하는 등 경영 악화를 경험했다. BP뿐 아니라 다른 주요 에너지 기업도 경영난을 겪었다. 많은 기업이 회사채 발행, 사업 및 투자 축소, 배당금 삭감 등을 통해 '생존 모드'에 들어갔으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식으로 생존하는 것은 더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루니 CEO는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의 전략을 변경할 필요성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BP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저(低)탄소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역설적으로 유가 폭락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금을 불러모았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BP의 대규모 부채를 거론하면서 재생에너지 부문으로의 사업 변화가 과연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1분기 BP의 순부채는 같은 기간 국제 유가가 60% 급락한 가운데 작년 4분기보다 60억달러 증가한 514억달러를 기록했다.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BP의 주가는 최근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올해 들어 33% 하락했다.
가치가 '제로'(0)로 떨어진 국제유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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