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동결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2회 연속 동결이자, 1년 6개월째 최장 기간 금리 동결이다.
관심은 금통위 위원들의 금리인하 발언이다. 오는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르면 오는 8월 한은이 금리를 한 차례 내릴 지 관심이 쏠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연 3.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통화정책방향이나 원/달러 환율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2%포인트인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이는 외국인 자본 유출을 유도해 1400원을 바라보는 원/달러 환율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정성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 및 물가 둔화세 지속되고 있지만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물가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은 금리 인하 필요성 높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2%)를 향해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오르면서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8% 상승했고, 국제유가는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중동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불안정한 모습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대 초반의 물가 안정세가 지속된다면 한은이 8월에 기준금리를 충분히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만장일치 동결' 기조가 옅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 소수의견이 더해지면 인하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은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었다"고 언급했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되면 금리 인하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은 3분기(8월)와 4분기(10월)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까지 미국 금리 인하 시점까지 한은은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오는 9월 초 확인될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헤드라인 기준 2% 내외까지 안정된 것을 확인한 후 10월 금리 인하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