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7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고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준은 기존 금리인하 전망을 연내 3회에서 1회로 크게 축소했다. 한국은행은 연준의 고금리 기조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으로 넘길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준은 11∼12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한국(3.50%)보다는 2.0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해 6월 약 1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7월 한 차례 올렸고 이후 9·11·12월과 올해 1·3·5월에 이어 이번까지 일곱 차례 연속 금리를 묶었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는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5.10%로 제시됐다.
지난 3월 회의 당시의 4.60%보다 0.5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현재 금리 수준(5.25∼5.50%)을 고려할 때 연내 인하 예상 횟수가 세 차례(0.25%포인트씩)에서 한두 차례로 줄어든 셈이다.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론'… 이창용 "섣불리 금리 내리면 비용 커져"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론을 이어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앞서 12일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완화 기조로의 섣부른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따라서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수 회복세 약화·연체율 상승 등 피벗이 너무 늦을 경우 예상되는 위험과 환율 변동성·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등의 조기 피벗 부작용을 모두 거론하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 이런 상충 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e)'의 원칙을 되새길 때"라고 덧붙였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2∼3월 3%대에서 4∼5월 2%대 후반(4월 2.9%·5월 2.7%)으로 내려왔지만, 5월 농산물 물가는 19.0% 치솟았고 석유류 상승률(3.1%)도 작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은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따라갈 것"이라며 "금리 격차에 따른 고환율과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에 미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긴 어렵다"고 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연준에 앞서 금리를 내리기는 힘들다"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는 사실상 내년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