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뿐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 노동·사회·경제 현안에 관한 날 선 질문들이 쏟아졌다. 참석한 전문가들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간의 공방이 길어져 예정된 포럼 종료 시간을 훌쩍 넘겼다.
주(駐)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지낸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근로시간 통계의 맹점을 지적했다. 이 장관이 주제발표에서 “OECD 통계상 한국의 근로시간이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고 하자 권 원장은 “OECD 통계로 보면 네덜란드가 제일 근로시간이 짧은데 이는 하루 3~4시간 일하는 결혼한 여성이 많아 평균치를 낮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여성의 근로를 늘리고 시간선택제, 비정규직 등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도 “우리나라 노동 여건을 OECD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저임금, 탄력근무제, 대체근로 등 다른 제도도 국제 기준을 비교해야 한다”며 “적어도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근로시간 규제로 벤처 분야 유능한 인재들이 중국, 미국으로 다 떠난다”며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미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근로시간을 한정하지 않고 중국은 관련 법 자체가 없다”며 “사정이 이러니 주 52시간 근로제로 발목이 잡힌 다수의 쓸 만한 개발자들이 미국이나 중국으로 다 떠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산업계에 ‘CEO(최고경영자)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산안법 개정안에는 하청 근로자가 사고를 당하면 원청의 CEO도 책임지도록 규정한 내용이 담겼다. 성 교수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벌금 등의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이렇게 CEO를 형사처벌하면 고용 자체가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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