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집안의 기둥이었지만, 지금은 잘나가는 형제와 사촌들에 밀려 빛을 못 보는 차. 기아자동차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사진) 얘기다.
스포티지는 한때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였다. 2011년엔 5만2018대가 팔려 국내 판매량 10위를 기록했다. 이후 스포티지의 인기는 조금씩 줄었다. 다른 SUV들이 인기를 끌면서다. 스포티지는 덩치가 큰 ‘형님’ 쏘렌토(기아차 중형 SUV), 사촌 형제라 할 수 있는 현대차 코나(소형 SUV) 및 싼타페(중형 SUV)에 밀리기 시작했다.
중형 SUV만큼 내부공간이 넓지도 않고, 소형 SUV와 비교하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았다. 지난해 8월 부분변경 모델이 나왔지만, 여전히 판매량은 시원찮다. 지난해 판매량은 3만7373대. 2017년(4만2232대)보다 더 줄었다.
스포티지는 소형 SUV와 중형 SUV 사이에 낀 고만고만한 차일까. 서울 시내와 외곽도로를 달려봤다. 디자인은 부분변경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호랑이코 모양의 그릴은 여전했다. 그 폭만 예전보다 넓어졌다. 램프와 안개등에 LED(발광다이오드)가 장착된 정도다. 내부는 소형 SUV와 비교하면 훨씬 고급스럽다.
속은 대대적으로 바뀌었다. 기존 1.7 디젤 엔진 대신 1.6 디젤 엔진이 들어갔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스마트스트림’이라고 이름 붙인 새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동력전달체계)이 탑재된 것이다. 더 엄격해진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하자 쏘렌토나 싼타페보다는 다소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속페달을 밟자 차체는 툭 튀어나갔다. 하지만 시속 70㎞ 이상 속도를 올리자 2.0 디젤 엔진을 쓰는 중형 SUV보다 힘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핸들을 돌리는 느낌도 가벼웠다. 안전기능은 충분히 갖췄다. 깜빡이를 작동시키지 않고 차선을 넘어가면 핸들이 떨렸다. 앞 차량과 너무 가까워지면 충돌감지 기능이 작동했다. 실(實)연비는 L당 15㎞ 넘게 나왔다. 가격은 1.6 디젤 모델 기준 2366만원부터 시작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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