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강명연 기자 =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이 '배터리 이상'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고도 직접 증거를 찾지 못해 추정으로 결론 내렸다.
조사단이 셀·모듈 단위가 아닌 전체 설치 단위로 ESS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배터리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 반면, 업계는 조사단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제조사에 면죄부를 주고 책임을 묻지 않는 대신 재발방지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 배터리 자체 발화 확인하고도 명확한 화재원인 규명 못해
6일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은 작년 8월부터 발생한 5건의 ESS 화재 가운데 4건에 대해 '배터리 이상'이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ESS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판단이다.
조사단은 LG화학이 만든 충남 예산, 경북 군위의 ESS와 삼성SDI가 만든 강원 평창, 경남 김해 ESS가 배터리 이상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시스템운영기록(EMS) 등을 확인한 결과 충전 후 저전압, 이상고온 등이 발생한 곳이 발화지점으로 파악됐고, 발화한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용융(제품이 녹는 현상)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자료=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 2020.02.06 dream@newspim.com |
사고 사업장과 동일한 시기에 같은 모델을 설치한 ESS 운영기록과 배터리를 확인한 결과 공정상 불량이나 열화로 인한 내부 손상 등을 확인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김재철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 공동단장은 "제조사는 셀이나 모듈단위 실험을 철저하게 하지만 수십MW 규모의 운전을 하는 현장 상황에 대한 실험은 한 회사에서만 실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사이트 단위의 실험실을 만들면 직접적인 원인을 찾고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조사 "ESS 결함 아니다" 반발…책임 회피 급급
반면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과 삼성SDI는 조사단의 판단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현재 조사결과로는 배터리 이상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와 다른 환경에서 운영되는 해외 배터리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제조사들은 배터리 자체의 문제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조사단 역시 화재가 난 배터리를 직접 확인해 원인을 규명한 것이 아닌만큼 배터리 이상을 특정하는 대신 추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책임을 규명하기보다는 제조사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ESS 추가 안전대책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20.02.06 jsh@newspim.com |
제조사들 역시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부인했지만 업계 생태계 구축을 위해 시스템·배터리 운영기록 저장 등 조사단의 제안사항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LG화학 측은 "배터리 산업 신뢰 회복과 고객가치 보호를 위해 2017년 중국 남경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전량을 자발적으로 교체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SDI 측도 "열화와 안전성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조사단에 계속 설명해왔다"면서도 "이번 조사가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조사단 활동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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