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7월18일 (로이터) 박윤아 기자 -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한 직후 코스피는 한차례 출렁거렸지만 이후 추가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깜짝 금리 인하라는 호재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수출과 경기에 대한 우려가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8일 코스피는 전날 종가보다 4.26포인트 내린 2068.66포인트에 거래를 시작해 한은의 금리 결정 발표 직전 대체로 낙폭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후 금리 인하가 발표되자 2073.20포인트까지 반등한 코스피는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오후 3시 2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6.87포인트 내린 2065.05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아시아 주요국 주가지수도 일제히 하락하고 있어서 코스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 .N225 는 1.97% 하락 마감했고, 중국 상하이지수 .SSEC 도 0.68%가량 하락 중이다.
이렇게 기준금리 인하가 코스피를 견인하지 못한 것은 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증가 기대보다 경기 부진에 따른 향후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당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동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이 예상보다 빨랐다"면서도 "이번 결정이 코스피를 끌어올리기보다는 하방을 막아주는 역할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미국은 물론 주요 신흥국 증시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까지 코스피는 1.2% 상승하고 있어 미국 S&P500 .SPX 의 19.1% 상승이나 MSCI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주가지수 .MIAPJ0000PUS 의 10.3% 상승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해 기존 전망치(2.5%)에서 대폭 하향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하고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한-일 갈등이라는 변수가 떠오른 영향이 컸다.
코스피의 주요 기업들이 수출 중심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일 갈등과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대외 변수가 개선되기 전에는 급격한 실적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하가 근본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 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적다고 할 수 없다"라며 최근 불거진 수출 변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지난 6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한국은행을 포함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통화정책 시나리오를 시장이 이미 반영한 것도 18일 코스피의 냉담한 반응을 설명해 준다.
지난 6월 파월 의장은 시카고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발언해 미국의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다만, 이달 말에 있을 미국 FOMC 회의에서 연준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서프라이즈한 코멘트를 한다면 코스피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예상보다 큰 폭인 50bp 인하와 함께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글로벌 유동성 기대감에 따라 코스피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