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월가가 비둘기파 정책 기조에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나섰다.
유로존의 바주카 시대를 주도했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이어 라가르드 총재 역시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둔 통화완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에 투자자들은 앞다퉈 유럽 국채를 사들이는 움직임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는 라가르드 총재가 이끄는 ECB가 이른바 ‘울트라 비둘기’ 통화 정책 기조를 지속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직접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0.397%까지 밀리며 전날에 이어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고, 같은 만기의 프랑스 국채 수익률 역시 마이너스 0.098%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 밖에 이탈리아 10년물 수익률이 장중 한 때 16bp(1bp=0.01%포인트) 급락하며 1.705%까지 떨어지는 등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수직 하락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평소 드라기 총재의 통화완화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이는 트레이더들의 금리 하락 베팅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의 프레드릭 드루코젯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라가르드 총재가 ECB의 정책을 늘 지지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앞으로 통화완화 정책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확실시하고 있다”며 “그가 공식 취임하면 1년 이내에 양적완화(QE) 2라운드를 시행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5월 현재 연율 기준 1.2%를 기록했다. 이는 정책자들의 올해 전망치인 1.3%에 못 미치는 수치다.
유로존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필두로 제조와 수출 등 거시경제 지표가 하강하는 상황도 ECB의 경기 부양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시마 샤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라가르드 총재의 통화정책 지론은 시장에 다소 낯설다”며 “하지만 드라기 총재의 정책을 평소 지지했다는 점에서 트레이더들은 비둘기파를 겨냥한 베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를 포함한 매파의 등장을 우려하고 있던 시장이 라가르드 총재의 지명을 크게 반기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편 10월31일 임기 만료를 앞둔 드라기 총재는 앞서 금리인하 및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라보뱅크의 린 글이엄 테일러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 보고서에서 “라가르드 총재의 지명으로 인해 드라기 총재가 퇴임을 앞두고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전격적인 통화정책 완화를 결정하는 데 신중해야 할 필요성이 낮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