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고정거래가격이 석 달 만에 ‘반짝’ 반등했다. 두 달간 가격이 12% 하락한 데 따른 기저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분기가 계절적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에는 가격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기가비트(Gb) D램의 12월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11월(7.19달러)보다 0.83% 상승한 7.25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업계의 전망은 10월 이후 본격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10월 D램 고정거래가격이 10.74% 하락한 데 이어 11월에도 1.64%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정거래가격은 메모리 제조업체가 대형 거래처에 대규모로 제품을 공급할 때 매기는 가격이다. 전체 D램의 90% 이상이 이 가격에 거래된다.
D램익스체인지는 이번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반등일 뿐 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가격 상승은 수요가 늘어나서가 아니라 거래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 표본 수가 적어지면서 발생한 ‘착시 효과’에 가깝다는 것이다. 북미, 유럽 지역 고객사들이 연말 휴가철을 맞으면서 PC용 D램 거래가 급감했다.
내년 1분기에는 D램 가격이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상 1분기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비수기다. 정보기술(IT) 업체들이 3~4분기에 성수기를 맞는 만큼 반도체업계를 비롯한 부품 공급사들은 2~3분기에 부품을 대거 납품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악재다. 올해 D램 가격을 끌어올린 서버업체들도 투자 물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가격이 올라갈 때는 서로 조금이라도 빨리 제품을 구매해 물량을 확보하려 하지만, 가격이 떨어질 때는 속도 조절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 하기 때문이다. 내년도 D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구매를 미루는 업체도 늘고 있다. 업황이 부진한 모바일 부문에서는 추가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 D램익스체인지는 “내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이 올해 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모바일 D램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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