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게실염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이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사진)이 27일 퇴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명예회장의 입원 기간이 4개월이 넘어가면서 위독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퇴원해 한남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한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은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긴지 오래됐고, 이미 언제 퇴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다만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점검하기 위해 입원기간을 당초 계획보다 늘렸다는 설명이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7월 중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다. 대장벽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생긴 주머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 대장게실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평소 서울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던 정 명예회장이 아산병원에 입원하자 재계 일각에서는 위독설도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으며, 대장게실염 치료가 끝나는대로 퇴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퇴원 이후에도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10월 그룹회장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회장이 뒤를 이었다. 정 회장은 2018년 수석부회장직을 맡은 이후부터 사실상 경영을 총괄해왔다. 정 회장은 여러차례 고사했지만, 정 명예회장은 그룹 경영에 공백이 생기면 안 된다는 이유로 퇴임의사를 강하게 밝혔다고 한다.
2000년 현대자동차그룹을 독립시킨 지 20년 만의 퇴진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이사회 의장, 대표이사 등 주요 보직도 모두 내려놨다. 그는 지난 2월 한국인 최초로 세계 자동차산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역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인물로는 포드자동차 창립자 헨리 포드, 벤츠 창립자 카를 벤츠 등이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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