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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공포' 커지는 英, 마트·기업 사재기…"물건 쌓을 창고 태부족"

입력: 2019- 07- 31- 오전 02:33
© Reuters.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왼쪽)가 29일(현지시간) 첫 공식 출장으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를 방문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니컬라 스터전 제1장관(오른쪽)과 회담했다.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동남부의 중산층 밀집 지역인 그리니치. 이곳에 있는 막스앤드스펜서와 테스코, 세인스버리 등 대형 유통업체 매장엔 식료품 등을 구입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막스앤드스펜서의 한 점원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걱정해 유럽산 제품을 한꺼번에 많이 사들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창고에 상품을 가득 쌓아놓고 있어 당장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 취임 이후 영국이 아무런 협상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걱정이 커지자 영국 대형 유통업체들이 생필품 등 재고 비축에 나섰다.

11월부터 생필품 부족해질 수도

BBC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영국 주요 대형 창고(면적 9300㎡ 이상)의 공실률은 6.8%다. 창고가 거의 다 찼다는 의미다.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 제조업체들까지 생필품과 원자재 등의 재고를 전시 수준으로 비축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 남동부 지역에 있는 창고 공실률은 사실상 포화 상태인 2~3% 수준까지 떨어졌다. 영국 물류창고협회 관계자는 “더 이상 재고를 비축할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오는 11월이면 유럽산 제품 등을 들여오는데 어려움이 예상돼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영국 기업들이 뒤늦게 창고 신축에 나서고 있지만 10월 31일로 예정된 노딜 브렉시트 기한을 맞추기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론조사기관인 블리스에 따르면 영국 국민 10명 중 4명은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각종 생필품을 비축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비축 물품은 식료품(56%), 생활물품(44%), 의약품(37%) 순으로 집계됐다. 영국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 여부와 상관없이 생필품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100% 믿지는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10월 말 이후부터다. 통상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소비가 늘어나는 11월부터 각종 생필품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관세 부과 및 통관 절차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식료품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을 적기에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EU 국가로부터 상당수를 수입하는 치즈 등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영국 내 품절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식품업계는 트위터 등 공식 채널을 통해 1939년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 2년4개월 만에 최저

지난 24일 공식 취임한 존슨 총리는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29일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안전장치(백스톱)는 더 이상 쓸모없다”며 “EU와의 탈퇴 협정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와 EU는 지난해 11월 브렉시트와 상관없이 영국 전체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당분간 잔류하도록 하는 백스톱 조항을 담은 협정을 체결했다. 어떤 예외 사항도 없이 10월 31일자로 EU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존슨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전시 내각을 구성하고 대규모 예산 확보에 나섰다.

존슨 총리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에서 검토 중인 제2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을 염려해서다. 그는 “그것(분리독립 주민투표)은 일생에 한 번, 세대에 한 번 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급락했다. 29일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 이상 떨어진 1.22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정부가 EU 탈퇴 협상을 공식 개시한 2017년 3월 중순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지난 5월 이후 7% 이상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파운드화 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파운드·달러 환율이 1달러당 1파운드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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