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월5일 (로이터) 박윤아 기자 -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코스피는 1950포인트를 하회해 2년 9개월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9일 코스피는 2.56% 급락한 1946.98포인트에 마감해 2016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이로써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됐던 반도체 슈퍼사이클 경로에서 제대로 이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내달 1일 3000억달러 규모의 대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이에 대해 중국은 맞대응을 시사하면서 무역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재개되는 조짐이 나타나자 코스피는 이달 들어서만 4% 가까이 급락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한창 격화됐던 지난해 4분기 코스피는 약 12% 급락해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이슈에 취약한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최근 일본의 대한국 수출 조치 악재까지 더해져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이미 크게 훼손됐고,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까지 재발할 조짐을 보이자 코스피는 지난 9월말 기록했던 52주 최고치(2356.62)대비 현재(5일 마감 기준) 17% 넘게 급락해 주요 20개국 주가지수 평균인 7.5%에 비해 크게 부진한 상황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2016년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147조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145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작년 영업이익 197조원 보다 25.4% 하락한 수치"라며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반도체 업황 호황기가 끝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달러/원 환율마저 빅피겨인 1200원대를 상향돌파해 2016년 3월 이후 최고치로 급등하면서 코스피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3000억원을 넘게 팔아치우면서 4거래인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이같은 배경 중 하나로 원화의 급격한 약세가 꼽히기도 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환율이 1200원선을 돌파하자 외국인들이 환손실을 보게 되면서 코스피는 매도를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코스피 PBR은 0.85배를 기록해 월간 기준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국내 주가에 대한 저평가 측면이 현재로선 크게 고려될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코스피 PBR이 매우 낮아 하단이 어느 정도 지지될 것으로 보지만 앞으로 한-일 갈등과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 상황에 따라 1900선도 얼마든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센터장은 "한일 관계 악화와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로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면서 "한국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두 변수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여야 저평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인 부분에서 불확실성이 걷히는게 급선무인데 현재로서는 주가의 저평가를 내릴 국면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추가 취재 최하영 기자; 편집 박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