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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하나은행이 판 ETP신탁 '불완전 판매' 결론

입력: 2019- 09- 03- 오전 01:25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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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KEB하나은행의 ‘신탁형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었다고 판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 상정키로했다. KEB하나은행이 고객에게 ‘최고위험’ 등급이 매겨진 파생상품을 ‘중위험’ 상품으로 소개해 팔았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금융 당국이 대규모 손실 우려가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금융권의 불완전판매 논란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2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 동안의 검사를 최근 마쳤다.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의 ‘하나ETP신탁 목표지정형_양매도 ETN’ 판매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중 설명의무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최 의원은 “KEB하나은행이 판매 과정에서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완전판매’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보고를 금감원으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이 상품은 일정 범위 안에서 코스피(KOSPI) 200 지수가 횡보할 경우에는 수익을 내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커 지수가 폭등ㆍ폭락할 경우에는 손실을 본다.

최 의원실과 금감원 등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이 상품의 투자위험등급을 ‘최고위험’ 등으로 분류했다. 5단계의 투자위험등급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단계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이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이 참고하도록 만든 자료에는 이 상품은 ‘중위험 중수익 투자상품’이라고 표시됐다는 게 의원실의 지적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하나ETP신탁 목표지정형_양매도 ETN’은 작년 증권사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을 은행에서 신탁 상품으로 묶은 것이다. KEB하나은행은 2017년 11월 상품 출시 후 작년 8월까지 10개월 동안 8283억원 어치를 팔았다. 이후 판매량까지 합치면 총 판매액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소개됐지만 ETN의 수익률은 신통치않았다. 코스피200지수가 지난 4월17일 291.21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가 넉달 만에 8월6일 250.24로 14.06% 급락하는 등 등락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에 출시된 15개 ETN은 연초 이후(1월2일~8월30일) 평균 -2.9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플러스 수익을 낸 상품은 단 한 개도 없다.

여기에 은행에서 판매한 ‘신탁형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은 홈트레이딩서비스(HTS)나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등을 이용해 직접 ETN을 매매하는 증권사 고객보다 연 1%포인트 안팎의 수수료를 더 낸다. 은행에서 상품으로 묶어 대신 매수·매도를 해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로 보수적인 투자자, 특히 노년층 고객 등이 주로 가입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품이 복잡해 이해하지 쉽지 않지만 대부분 ‘금리보다 조금더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상품’이란 말에 수천억원이 몰렸다”고 지적했다. 원금보장이 안 된다는 점을 주 고객인 노년층에게 인지시키지 않은채 상품을 판매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불완전 판매 논란이 있은 이후에도 상품 판매는 꾸준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ETP신탁이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자 신탁형이 아닌 사모펀드형으로 껍데기만 바꿔 상품을 팔고 있다”며 “불완전판매로 결론이 난 이상 관련 상품에 대한 판매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하나ETP신탁 목표지정형_양매도 ETN’ 안건을 늦어도 11월 전엔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 상정할 계획이다. 금감원과 KEB하나은행은 자본시장법상 적정성, 적합성, 설명의무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임직원은 감봉이나 직무정지 등을, 은행은 기관주의, 기관경고 등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기관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으면 신사업 진출에 제한을 받는다. 우리은행은 2009년 파워인컴펀드 불완전판매로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제재심의 일정이 공지되거나 제재 방향에 대해 안내를 받은 것은 없다”며 “제재심이 열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불완전판매로 비춰지는 것은 우려된다”고 답했다.

은행들이 파생결합상품(DLF·DLS) 판매로 금감원 조사를 앞두고 ETP신탁 제재 논의가 진행되자 바짝 긴장하는 모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ETP신탁 문제가 DLF·DLS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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